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무인기가 헬기 들이받아… 軍, 오폭 11일만에 또 사고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주 육군 항공단 비행장서 충돌

17일 오후 경기 양주 광적면 소재 육군 항공대대에서 무인기와 착륙해 있던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 무인기가 수리온 헬기와 충돌해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과 소방에 따르면, 17일 오후 1시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육군 11항공단 가납리 비행장에서 군 무인기 1기가 지상에 있던 수리온 헬기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수리온 헬기와 무인기가 완전히 불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무인기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소속으로 이스라엘제 정찰용 무인기 ‘헤론’이다. 군은 “무인기가 정찰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옆에 계류 중인 수리온 헬기와 부딪쳤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 조종사의 조작 실수나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당시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은 없었다”고 전했다. 헤론 무인기는 작년 11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을 받아 경기 양주 연못에 갑자기 추락한 적이 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리온 헬기와 헤론 무인기의 가격은 각각 180억원, 30억원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경기 포천에서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발생했다. 당시 훈련 중이던 KF-16 전투기 2기가 폭탄 8개를 잘못 투하해 주민 등 31명이 다치고 주택 142가구가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지난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지상에 멈춰 서 있는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건 처음”이라며 “최근 군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철저한 원인 진단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착륙한 무인기, 갑자기 방향 바꿔 계류 헬기로 돌진

이날 수리온 헬기와 충돌한 헤론 무인기는 이스라엘 IAI사(社)가 개발한 정찰용 무인기다. 육군이 2016년 3기를 도입했다.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경비행기만큼 크기가 크다. 길이 8.5m, 폭 16.6m, 높이 5.1m다. 최고 시속 207㎞로 52시간까지 비행할 수 있다.

수리온은 육군의 다목적 헬기다.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해 2013년부터 쓰고 있다. 군은 현재 총 220여 기를 운용하고 있다. 길이 15m, 폭 2.4m, 높이 4.5m 크기다. 총 11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280㎞로 날 수 있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최대 450㎞ 거리까지 날 수 있다. 7.62㎜ 기관총 2문을 장착하고 있다.

희뿌연 연기 가득한 육군 비행장 - 17일 오후 1시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육군 11항공단 가납리 비행장에서 군 무인기와 계류 중이던 수리온 헬기가 충돌했다.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경기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 등에 따르면, 당시 사고는 헤론 무인기가 정찰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직후 발생했다. 활주로에 착륙한 무인기는 활주로 옆쪽에 줄지어 계류 중이던 수리온 헬기 중 1기와 충돌했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가 착륙한 직후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헬기와 충돌했다”고 전했다.

충돌 직후 폭발음과 함께 불이 붙었고 무인기와 수리온 모두 전소됐다.

사고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수리온 헬기는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내렸다.

소방은 소방관 50명과 소방차 등 20대를 동원해 약 30분 만에 불을 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당시 불이 크게 붙고 연기가 자욱했는데 헬기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고 했다.

무인기가 수리온 헬기와 충돌한 이유를 두고 무인기 조종사의 조종 미숙이나 무인기 결함 가능성이 제기된다. 헤론 무인기는 조종사가 비행장의 컨테이너박스에서 스크린을 보며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최근 군이 인력 수급 문제에 시달리며 무인기 조종사의 숙련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헤론이나 수리온은 도입한 지 오래된 검증된 장비들”이라며 “조종사 과실 등을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헤론 무인기는 자동으로 이착륙하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갖고 있다”며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랜딩기어(착륙 장치) 쪽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군은 “사고 당시 교란 공격은 없었다”고 했다. 헤론 무인기는 작년 11월 정찰을 마치고 복귀하다 갑자기 추락한 적이 있다. 당시 무인기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을 받은 뒤 비행 고도를 잘못 인식하면서 연못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의 무게는 약 5.1t인 반면 무인기의 무게는 약 25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충돌 이후 수리온 헬기가 완전히 불탄 이유에 대해 군 관계자는 “무인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강하게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헤론 무인기는 정찰용으로 미사일 등 무기를 장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근 군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노곡리에선 한미 연합 훈련 중이던 공군 KF-16 2기가 폭탄 8개를 잘못 떨어뜨려 주민 등 31명이 다치고 주택 등 142가구가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당시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충북 충주에서 군용 트럭이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군인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작년 7월에는 해군이 동해상에서 고속정을 수리하던 중 유도로켓을 잘못 발사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가만히 서 있는 헬기에 무인기가 충돌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라며 “군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주=김수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