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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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월요일, 헌법재판소의 기약 없는 선고를 기다리며 또다시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 옆에서 ‘내란성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제는 광장에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서. 광장의 북적이는 수만의 인파를 보며 위로받고 그 무리 속 한 사람이 되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았다. 한 시민은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더는 무력한 개인이 아니며 부패한 사회를 변혁하는 시대의 물결”이라고 말했다.
17일 시민단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이날로 아홉번째인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를 열었다. 무대에 오른 신지영씨는 “내란성 불안을 낫게 하고 싶어서 무대에 올랐다. 혼자 있으면 너무 불안해서 여러분과 함께 있고 싶어서 광장에 나왔다”면서 “지난해 12월3일 국회 앞에 갔을 때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헬리콥터나 군인들이 보여도 우리가 함께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들었다. 오늘도 그런 용기를, 여러분을 보며 또다시 느낀다. 윤석열에게, 권력의 부역자들에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시민들의 힘이라는 걸 보여주자”고 말했다.
‘서로의 용기’가 된 시민들은 무대에 오른 발언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맞습니다”로, “떨려서 말을 버벅댈 수도 있다”는 고백에는 박수와 함성으로, “구호를 함께 외치자”는 말에는 미소로 화답하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응원봉, 야광봉, 엘이디(LED) 촛불, 전구를 넣은 생수병, 휴대전화 플래시 등 해가 진 광화문광장을 비추는 것들을 들어 올리며 “주권자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극우 폭동 어림없다. 민주주의 지켜내자”,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역사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민들은 주말, 저녁, 등산, 신뢰 등 저마다 ‘되찾고 싶은 것’을 가슴에 품고 광장에 나왔다. 인천에서 온 박혜진(36)씨는 한겨레에 “탄핵심판 선고일도 안 나오고 답답해서 주말 이후로 평일 집회도 처음 나와봤다”며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인용 결과가 제발 하루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주말 집회에 나오느라) 주말 없는 삶을 3개월째 살고 있다. 주말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신동진(51)씨도 “지난주에도 평일 내내 나와 힘들지만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서 오늘도 집회에 왔다”며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 등산을 좋아하는데 계속 못 갔다. 주말에 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 “탄핵될 때까지 나올 것”이라는 김아무개(32)씨는 “저녁을 되찾고 싶고, 차별 없는 사회,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참석했다는 곽민수(22)씨는 “정치 불신이 심해진 상황에서, 정치가 신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홍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은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드러난 내란과 외환 죄의 실체가 너무나 명백함에도 법기술인들과 비상계엄 옹호 세력은 자가당착적으로 왜곡된 윤석열만을 위한 법 해석을 통해 끝내 윤석열을 탈옥시켰다”며 “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윤석열을 즉각 파면함으로써 민주적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극단으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선명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날도 광화문광장에서 동쪽 북촌에 있는 헌법재판소 쪽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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