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지도자 방역 봉사대원들이 ‘사랑벌레(러브버그)’ 선제 방역활동과 성북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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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민 반대로 한 차례 심의가 보류됐던 ‘러브버그·동양하루살이 방제 조례’가 별다른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최근 원안 그대로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례 제정안에 살충제 사용 방지 대책 등이 담겨있지 않고, 시민들의 우려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며 조례안 폐지를 요구했다. 또 방제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곤충 대발생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17일 오후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해 8월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후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던 ‘서울시 대발생 곤충 조례안’이 원안대로 가결됐다”며 “이로써 서울시가 시민의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이유로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도 방제할 근거가 생겼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시의회는 제328회 임시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재석의원 68명 가운데 찬성 66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제정안은 동양하루살이(팅커벨)와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등 최근 몇 년새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리로 출현하고 있는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하고, 곤충 관리·방제에 대한 근거, 서울시의 방제 지원계획과 방안 등을 담았다.
조례를 보면, ‘대발생 곤충’은 “감염성 병원체를 매개하지 않지만, 주거·상업 지역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에 대량으로 출현하여 시민들에게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제2조)으로, 서울시장은 “방제 시, 관련 생태계 교란 및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친환경적 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제3조)고 정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이번 조례가 인간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곤충이 아닌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임에도 방제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산림보호법·감염병예방법 등 현행법들은 감염병을 매개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곤충만을 방제하고 있다. 이들은 “조례가 대발생 곤충으로 꼽은 동양하루살이와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식물의 수분을 돕거나 먹이원이 되는 등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불편’을 끼치는 기간은 약 1주일 남짓”이라고 짚었다.
등산객의 모자에 붙은 사랑벌레(러브버그). 등산객 인스타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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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례가 말하는 ‘친환경 방제’를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방제는 고려사항일 뿐 화학적 방제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서울시가 친환경 방제의 수단으로 ‘살수’를 언급하지만, 실제로 방제를 진행하는 25개 자치구청이 친환경 수단을 사용하는지 감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생태계 미칠 경향을 고려하지 않고 산과 강을 방제 지역에 포함하면 오히려 곤충 대발생이 심화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내고, 동양하루살이와 붉은등우단털파리를 시민 불쾌감 및 스트레스 유발 곤충으로 인정해 방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자치구별 민원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비화학적 방제방법을 적용해 통합해충관리 시스템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대발생 모니터링, 비화학적 방제, 전문기관 연구 협력 등은 일면 긍정적이지만, 해롭지 않은 곤충을 ‘유해성 생활불괘곤충’이라 정의한 것은 편협한 접근”이라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9월에도 한 차례 제기돼 조례안이 보류된 바 있는데, 의견수렴 없이 7개월 만에 원안 그대로 가결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서울시민 380여명은 △생태계에 이로운 곤충이더라도 불편을 끼치면 방제할 수 있게 하며 △곤충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키워 어떤 생물이든 불편하면 죽여도 된다는 발상을 일으킬 수 있고 △곤충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키우며 △대발생이나 방제를 허가하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조례안에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시민모임은 “대발생의 원인 기후변화 때문인지, 도시화 및 숲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개발인지, 그간 남용되어온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 교란 때문인지 원인과 현상에 대한 기초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당장의 민원을 해소하고 현장 제거에만 급급하면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불편함도 커지고 더 큰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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