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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코리아] 대한민국 심장 멈춰서나…성장엔진 다시 뛰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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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핵심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수 시장은 30여년전 외환위기에 필적하는 불황을 겪고 있으며 주력산업은 중국의 맹추격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은 저성장 기조 극복과 한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 변수에 바람앞의 촛불 형국이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다수 산업계가 신수종 사업 내재화와 역동성 회복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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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경제 위기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올해 초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상경 계열 교수 11명에게 '피크 코리아에 동의하냐'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중 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평균 1.8%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추정치(2.0%)를 밑도는 수준이다. 말 그대로 '제로 성장' 공포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시장 점유율은 2023년 30.1%에서 지난해 29.3% 로 떨어졌다. 스마트폰도 19.7%에서 18.3%로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D램은 42.2%에서 41.5%로 축소되는 등 주요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대가 아닌 위축됐다.

SK그룹의 핵심 사업인 에너지 분야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인 SK온은 지난해 실적 반등에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74조7170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3% 감소했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6조2666억원, 영업손실 1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에너지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삼성DSI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6%, 영업이익은 76.5% 각각 쪼그라들었다.

자동차 업계도 내수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지난해 수출이 278만대로 0.6% 증가했지만 내수는 413만대로 2.7% 감소하며 전체 판매량은 마이너스였다.업계 맏형인 현대차도 국내 부진으로 전년대비 1.8%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며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모든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철강산업도 내수 부진의 홍역을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72조 6880억원, 영업이익 2조17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38.4%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매출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3144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4%, 60.6% 쪼그라들었다. 동국제강의 매출은 3조5275억원, 영업이익 1025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3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6.5% 줄었다.

우리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BSI 전망치는 90.8을 기록했다. B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제조업 BSI(95.1)는 지난해 4월(98.4)부터 1년 연속, 비제조업 BSI(86.3)는 올해 1월(84.9)부터 3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국내 주력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라며 "고부가 가치 첨단기술 개발에 배수의 진을 쳐야 하고 신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며 과잉설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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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 대대적 체질개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웨어러블 등 전 제품군에 AI를 신속하게 통합해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자사 제품에 AI를 적용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바로 홈 AI 프레임워크와 '갤럭시 Al'가 대표적이다. 현재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수요가 작지만 갤럭시 AI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연결한 서비스 구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은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사업은 TSMC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선단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경쟁력 회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수요 모멘텀이 있는 HBM 및 고용량 DDR5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스마트폰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프리미엄 TV패널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송단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I는 산업 전반의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며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계열사별 전략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CSOT에 매각하고 OLED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매각을 통해 발생한 2조원대 자금을 6세대, 8.6세대 OLED 개발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을 앞세워 기존 전장부품사업을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확대해 수익성 다변화에 나선다.

완성차 업계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신차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특히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라인업과 생산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SUV 셀토스 등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판매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특히 현대차는 올해 R&D 투자 6조7000억원, 설비투자 8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6000억원 등 총 16조9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총 투자액은 전년 대비 16.3% 증가했고, R&D 투자는 37.2%, 설비는 20% 증가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도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친환경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61개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1조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자산 효율성 개선을 위한 구조 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을 매각해 몸집을 줄인 현대제철은 올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 임원들의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검토한다. 여기에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최근 포항 2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 전환배치 신청을 받은 상태다.

동국제강은 원가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 공장의 경우 주간 조업을 줄이고 값싼 심야전기를 활용한 야간 조업시간을 늘리는 등 원가절감을추진하고 있다. 생산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30% 이상 낮췄고 인력 구조조정 대신 재배치 방식으로 운영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위기 돌파를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혁신 DNA 확보를 통해 한국 산업계의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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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강조해온 총수들

연초부터 재계 총수들은 현상황의 심각성과 위기 극복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강조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본원적 경쟁력과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에 맞서는 관점과 자세, 변화와 혁신, 위기극복 DNA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다"며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인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남이 미처 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는 고(故) 구인회 LG창업회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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