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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망하겠냐더니"…보상 소외 '전단채' 투자자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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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사재 출연 대상서 빠져…"노후·사업자금 다 날렸다"

ABSTB 투자자 간담회…"금융 아닌 상거래채권 인정하라"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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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홈플러스 물품 대금 기초 채권으로 현대카드가 100% 보증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했습니다. 홈플러스 사건이 터지고 급히 전화를 걸었더니 '걱정 마세요. 우리는 상거래 채권이고 금융 채권이 아닙니다. 증권사에서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R로 표시하는데 저희는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 노후 자금에 아이 결혼 자금까지 투자해 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죄인이 됐습니다."(익명을 요청한 60대 투자자)

"증권사 직원은 'MBK, 홈플러스가 망하겠어요'라면서, 'MBK 지분이 100%니 안전성이 충분하다'는 문자까지 보낼 정도로 자신했습니다. 신용등급이 A3여서 한 단계만 내려가도 돈이 묶여버린다는 설명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만기인 4월 25일, 홈플러스가 회생해도 저희 회사는 회생할 수 없습니다. 홈플러스와 MBK가 결정하면 된다고 합니다. 홈플러스 직원들만 살린다고 하지 마시고 우리 회사 직원들도 살려주세요"(법인자금 10억 원을 투자한 40대 한미영(가명) 씨)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 계획을 밝혔지만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투자자들은 또다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사재 출연 대상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의 결제 대금에 한정되고 전단채 투자자들은 사실상 채권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다. 이들은 '상거래 채권' 인정을 거듭 촉구하면서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다시 거론했다.

투자자들은 17일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 회의실에서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상거래채권 인정을 촉구했다. 이번 간담회는 비대위가 주최하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관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민병덕 을지로위원장과 김남근 의원이, 사회민주당에서는 한창민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투자자들은 거듭 상거래 채권 인정을 촉구했다. ABSTB는 홈플러스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발행됐지만, 증권사를 거치면서 금융상품으로 유동화돼 금융채권으로 분류됐다.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우리가 확보한 참가 증서에 따르면, 유동화 전단채는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입하면 롯데카드가 대금을 결제한 뒤, 투자자들이 해당 금액을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구조"라며 "이는 상거래 채권이라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나머지 금융채권은 보증보험을 들었거나 담보권 설정이 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 이번 회생 신청으로 무담보 채권인 기업어음(CP)·일반 전단채 1880억 원과 유동화 전단채 4618억 원 투자자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중에서도 유동화 전단채 투자자는 회생법원에 채권 신고조차 못 해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홈플러스는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워 돈을 떼먹으려 회생 법원에 달려갔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안전하다'는 증권사 직원의 단언에 회사 자금과 노후 자금, 결혼 자금, 전세 자금 등을 단기 투자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 자금 5억 원을 투자한 70대 황인성 씨는 "친구와 작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단기로 여유 자금을 활용하기 좋다'는 추천을 받고 가입했다"며 "내가 가입한 채권은 무담보고 유령채권이라 채권자 등록도 못 한다고 하는데, 그런 채권이라는 점은 정말 몰랐다. 힘없는 개인 투자자들 등친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말했다. 최성림 씨(가명)도 "열심히 모은 전세자금 증액분을, 안전하다는 말에 넣어놨다"며 "전세 계약서를 쓴 다음 날 홈플러스 사태가 터져 침통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김병주 회장이 발표한 사재 출연 계획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또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김 회장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은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이 소상공인 채권에 한정된다고 발표했는데, 이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며 "대략적인 재원도 금액의 규모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거래 채권 인정과 상관없이 문제가 전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려면 그 규모가 2조 원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알맹이만 빨아먹고 법원에 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진정성을 보이려면 재원 규모를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사인 신영증권의 책임 있는 태도도 요구했다. 신장식 의원은 "SPC를 운영한 신영증권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잘 모르겠다"며 "경영진들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서 홈플러스와 MBK의 책임을 추궁하는 위치에 있을지, 그게 아닐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의원은 "투자자들 증언을 보면 사기성,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대주주 책임하에 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액수만 100억 원(30여 명) 규모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18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포함)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며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 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증권사에 의해 발행된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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