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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원전·반도체 ‘직접 영향권’…정부는 “명단 빼는 게 중요” [민감국가 지정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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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임기 만료 직전 지정

정부 “4월 중순 통보”…경위 파악 못해

첨단과학 전방위 타격에 ‘산업계 비상’

일각선 “가까운 관계 AI 영향 적을 듯”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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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미국 에너지부(DOE)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만료 직전 한국을 ‘민감국가’로 포함하기로 하면서 각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민감국가 발효 시점까지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늑장대응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부의 설명에도 미국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민관협력을 강조해 왔던 만큼 민감국가 철회가 불발될 경우 원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에서 전방위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4월 중순돼야 통보될 사안” 정부 “노력하겠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민감 국가 지정을) 우리 측에 통보해 오려면 4월 중순 이후가 되어야 한다”며 “그전에 우연히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대응이 늦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민감국가 목록에서) 빼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으로 분류됐다고 국내기자단 질의에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분류 시점은 지난 1월 초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다. 다만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기존 민감국가인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부가 민감국가를 1월 초에 포함했지만, 우리 정부는 최근에서야 이를 인지한 상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한국 SCL 분류 움직임에 대해 “비공식 제보로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도 우리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배경 등을 놓고도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체코 원전 수출 당시 불거진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이번 조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런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원전을 두고 소송을 했던 미국 에너지부 입장에서는 사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수는 있다”고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미 간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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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 진출’ 원전 연구·수출 발목 잡히나= 에너지부는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 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라고 했다.

그럼에도 에너지부가 가진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첨단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에너지부는 산하에 아르곤 연구소,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 등 17개 국립연구소를 통해 AI·원자력·양자 등 연구를 수행한다. 미국인이 민감국가를 방문하거나, 거래할 때에는 내부 검토를 거쳐야한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가 해당 연구소와 접촉할 때도 마찬가지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연구 등 민감한 첨단분야 연구에 대해서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첫 단계부터 연구협력시 교류가 제한되거나, 방문연구 승인 등이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원전 수출’을 목표로 삼았던 우리나라로서는 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교수는 관련 우려에 “현 상황을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고, 향후 미국과 협력의 결과물에 대한 보안 약속과 더불어 여러 가지 조건을 준수하겠다고 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민감국가 분류 배경이 원자력 분야로 지목되는 만큼 인공지능(AI) 분야 제한은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이미 미국이 지난 바이든 정부 말기에 우리나라를 AI 관련 반도체 칩 등 전략물자 관련 관리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배정한 바 있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일이 모두 벌어졌다는 것을 고려해 사안에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말 AI 칩 수출 통제 등급 중 ‘가까운 동맹(close allies)’로 우리나라를 지정한 바 있다. 해당 등급을 받은 경우 AI 분야에서 ‘긴밀한 동맹국’이며, 미국으로부터 허가받지 않고 반도체 칩을 수입할 수 있다. 같은 등급을 받은 국가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프랑스, 대만 등이 속한다.

이에 최 교수는 “바이든 해 말 이뤄진 조치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한지 아닌지는 고민해봐야 겠지만, 적어도 원전 관련 문제를 (AI까지) 확대해 볼 필요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문제는 (민감국가 분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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