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조나스연방대 연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 위성에 장착된 적외선 감지 센서로 열기를 포착해 산불을 찾았던 기존 방식에 ‘합성곱 신경망(CNN)’이라는 인공지능을 더해 초기 산불도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개발했다. 그린피스 제공·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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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으로 포착하는 데엔 한계
아마존 밀림 산불 피해 42% 급증
브라질 연구진 CNN 기술 접목
판독 시험서 탐지율 93% 달해
큰불 되기 전 조기 대응 가능
# “여기에 방어 진지 준비해! 당장!” 미국 애리조나주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된 스타인브링크 소방대장(제프 브리지스 분)이 대원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갑자기 방향을 바꾼 강풍을 타고 초대형 산불이 자신과 대원들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대장과 대원을 포함해 총 19명인 이들은 산불 열기를 막을 얇은 금속 재질의 개인 특수 침낭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둘러 뒤집어쓴다. 그 상태로 동그란 대형을 만든 뒤 지면에 바짝 엎드린 이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산불을 견디기로 한다.
산불은 건물 내 화재와 달리 넓은 땅을 타고 확산한다.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작은 산불을 빠르게 찾아내 큰 산불이 되기 전에 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소방 대책이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연방대 연구진은 최근 산불을 정확하게 잡아내도록 고안된 알고리즘(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컴퓨터 명령어의 집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리모트 센싱’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AI의 한 부류인 ‘합성곱 신경망(CNN)’을 활용했다. CNN은 시각적인 데이터, 즉 사진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특화됐다. CNN은 이미 일상 곳곳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 촬영 사진을 판독해 폐렴을 잡아내거나 기상예보기관에서 초미세먼지 분포 사진을 보고 향후 농도 변화를 예측하는 일 등에 쓰인다. 연구진은 CNN의 활용 영역을 숲으로 확장한 것이다.
연구진은 고도 약 700㎞를 도는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8·9호가 찍은 사진을 CNN 교육 자료로 썼다. 산불이 포함된 200개 사진과 산불이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사진 200개를 CNN에 입력했다.
이 기술이 개발된 데에는 사실 다급한 이유가 있다. 아마존 밀림의 산불 피해 규모가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마존 밀림에서는 17만8800㎢(서울 면적 약 295배)가 잿더미로 변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무려 42% 늘어난 수치다. 토지 개간 등 인간 활동의 영향과 기후변화가 겹친 결과다.
피해 면적이 급증했다는 것은 기존 방식의 산불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현존하는 최첨단 산불 감지 기술은 인공위성에 장착된 적외선 감지기로 산불을 포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테라 위성(1999년 발사)과 아쿠아 위성(2002년)에 장착된 ‘중간 해상도 영상 분광계(MODIS)’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런데 MODIS는 가로와 세로 길이 0.25~1㎞를 점 하나로 인식해 촬영한다. 해상도가 높지 않다. 이러다보니 작은 규모의 초기 산불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해상도가 낮은 구형 디지털카메라로 서류를 찍으면 작은 글자가 잘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2019년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MODIS 감지율은 산불 규모와 지상 환경에 따라 10%대까지로도 하락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CNN을 활용한 AI 기술이 쓰일 장소는 아마존 밀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정밀한 산불 탐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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