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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와 금의 경제학···관세에 뛴 금값, 되레 美침체론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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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부과 맞물려 금 수요 재급증

금융위기·팬데믹 등 위기 때 나오던 가격 이정표

트럼프 2기 출범 후 3000달러 돌파

1월 美 금괴 수입 급증에 무역적자 급등

1분기 GDP ‘-2.4%’ 우려 번지기도···

관세로 약달러 시 금값 더 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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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금 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달러와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두 자산 값은 하락했고,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이 뛰는 양상이다.

특히 관세를 앞두고 미국의 금괴 수입이 급증했던 것이 1분기 미국 경제의 급락 전망의 근거 데이터로 오용되면서 경제 불안감을 더욱 키운 양상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연속 선물가격은 장중 온스 301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장중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 선 이후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값은 주로 경제 격변기마다 이정표를 세웠다. 금 가격은 금융 위기 발발 직전인 2008년 3월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8월 2,000달러를 넘어섰다. 그 다음이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시점이다.

금 값의 이번 상승세는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 탓이 컸다. 미국과 무역 상대국 간 맞불관세로 각국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지면서 피난처로 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실물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94억달러(약 13조6500억원)가 순유입됐다. 3년 만의 최대 유입세다. 북미에서 68억 달러가 몰렸으며 중국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인 19억 여 달러 어치의 매수세가 붙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분석가 수키 쿠퍼는 “금 ETF를 통한 강한 수요와 지속적인 중앙은행의 매입, 지정학적 불안, 관세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내 금 수요가 증가는 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의 금괴 수입을 급등을 불렀다. 관세 정책 발효되면 금 수입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더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미리 미국 내 금을 비축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수입통계에서 금이 포함되는 ‘가공금속제품’ 부문 수입액은 지난해 11월 46억 달러에서 올 1월 342억 달러로 7.5배 급등했다.

이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 금 수입이 늘어나자 1월 미국의 무역 적자가 131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는 이달 초 1월 무역적자를 GDP 분석에 반영하면서 1분기 GDP 전망치를 -2.4%라고 발표했다. 이 분석은 지난 9일 폭스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에서도 진행자가 언급하는 등 미국 침체론의 기폭제가 됐다.

다만 추후 애틀랜타 연은 측은 직접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일부 과장됐다고 스스로 해명에 나섰다. 정부가 GDP를 계산할 때는 무역적자는 반영되지만 금 수입량은 제외한다. 금은 생산이나 소비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 수입량을 제외하고 무역적자를 고려하면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0.4%라는 것이 애틀랜타 연은의 설명이다.

다만 0.4%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성장 불안은 여전한 분위기다. 이에 월가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장벽을 높이 쌓을 수록 금 값도 더욱 높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은행과 골드만삭스, 맥쿼리, RBC 등 최소 4개 은행이 최근 몇 주 동안 금값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지난해 연말 3000달러에서 3100달러, 최대 3300달러를 보고 있다. 맥쿼리는 3500달러를 제시했다. 월가의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 경제 침체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며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 까지 오를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점도 금 값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통상 달러와 금의 가치는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UBS는 지난 1월 연말 까지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지만 두달만에 약세 전망으로 조정했다. 독일의 재정확대 전략, 북미의 관세 난타전 등을 고려한 조치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트레버 그리섬 다층자산 책임자는 “현 시점에서 금은 지정학 위험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달러의 변동을 헷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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