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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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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 명시 개정

與 "경영 어려울 것" 野 "尹정부 밸류업"

경제계 "개정안, 심각한 부작용 우려"

국민의힘 "즉시 거부권 행사 요청"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투자 등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대했으나,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79명 가운데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이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 부담했지만, 개정안은 이를 주주까지 확대해 소액 주주 등을 보호하겠다는 게 골자다.

상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추가 협의를 요구하며 상정을 보류하면서 한 차례 의결이 연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해 대주주에 집중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개선할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우리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안의 일부만 담겼다. 민주당은 당초 개정안에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뿐 아니라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포함했지만, 정부여당과 재계의 반대에 이날 본회의에서는 제외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조항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대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대주주의 견제로부터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이사 세 명을 선출할 경우 1주를 보유한 주주는 3표 행사가 가능하며, 특정한 한 명에게 몰표를 줄 수 있다. 이는 소수 주주가 추천한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개정안의 의도와 달리 헤지펀드들이 단기수익을 올리기 위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이사 범위 확대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개정안에 더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난상토론...與 "경영 어려울 것" vs 野 "윤 정부 밸류업 포함"
여야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발언에서 "이 개정안은 소위 노란봉투법, 25만 원 현금살포법, 52시간 예외를 제외한 반도체특별법, 양곡관리법 등과 같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기업의 혁신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라며 "그런데 왜 기업에게 그것을 강요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과장"이라며 "소송 남발 우려는 주주권익 보호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늘 나오는 주장이지만 판례상 확립된 경영 판단의 원칙과 입증의 어려움으로 실제 소송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맞섰다. 이 의원은 또 "투기자본과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심화할 것이라고도 하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기투자자들이 들어올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들어올 여지가 훨씬 적어진다"고 반박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다수결의 원칙이 기본원리인 기업경영에서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 대주주와 소액주주, 헤지펀드의 이익을 모두 충실히 보호하리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재차 개정안 통과를 반대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한 밸류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작년 초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밸류업에 관한 방안을 정부가 발표했다"며 "여기에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국가의 과제로 설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이야기했고, 최상목 부총리도 이에 따라 하겠다고 상법 개정안을 이야기했는데, 똑같은 내용을 민주당이 하면 '이거는 안 돼'하느냐.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고 따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3.13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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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개정안, 심각한 부작용 우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4단체는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경협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배구조 개선, 소수 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외 주요국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직접 규정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경영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한 혁신과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제조업이 주력인 우리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척박한 제도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투자지로 선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발표했다. 김창범 상근부회장의 성명서 낭독 후 참석 기업 사장단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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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즉시 거부권 행사 요청"
국민의힘은 이날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즉각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오늘 상법 개정안을 또다시 일방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해 우리 기업들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어르신 노후 생활 지원을 위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법',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초·중등 교육법' 등 교육부 소관 9개 법안은 여야 간 이견 없이 가결됐다.

상법 개정안 이외 반도체특별법·은행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안은 상정이 연기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3.13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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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장보경 수습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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