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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노조가 임금 더 달라는 만큼 더 주는 일본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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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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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부 대기업들이 봄철 대규모 임금협상인 ‘춘투’에서 노동조합 요구보다 더 많은 돈을 주기로 하는 등 높은 임금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돼 일본 사회 전체 소비를 끌어올릴 지 주목된다.



일본 최대 노동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누리집을 13일 보면, 자동차와 전기업계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일본산업노동조합협의회(금속노협)는 회사 쪽으로부터 임금 협상 관련 답변을 받은 51곳이 모두 ‘기본급 인상’(베이스업)을 약속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이 제시한 평균 월급 인상액은 1만4575엔(14만2700원)으로 지난해 인상분(1만4638엔·14만3300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까지 렌고 집계에서 소속 노조들의 평균 임금인상 요구 비율은 6.09%로, 지난해 5.85%를 웃돌았다.



일본 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마쓰다자동차가 노조의 임금·상여금 인상 요구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구체적인 임금 인상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노조의 ‘업계 최고 수준' 요구에 5년 연속 ‘전액 수용’으로 답했다. 전기 업계에서도 대기업인 히타치제작소, 일본전기주식회사(NEC), 후지쓰가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월 1만7천엔 수준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3사 모두 1998년 이후 27년여 만에 최대 인상분을 기록하게 됐다. 중공업계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아이에이치아이(IHI)가 노조의 1만5천엔대 인상 요구를 전액 받아들였다.



회사 쪽이 노조 요구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을 해주기로 한 곳도 있었다. 미쓰비시케미칼 홀딩스 노조는 월급 기준 기본급을 1만5346엔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회사 쪽이 이보다 3천엔 많은 1만8415엔을 제시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이 7%에 이른다. 스즈키모터주식회사와 제이엑스(JX)금속도 노조 요구안을 넘는 금액의 기본급 인상을 결정했다.



반면 노조의 인상 요구액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혼다자동차에서는 노조가 월급 기준 1만3천엔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절반을 조금 넘는 8500엔까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회사 쪽은 “지난 3년간 물가상승분을 넘는 기본급 인상을 했던 걸 고려하면 이번 인상분이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 업계에서도 파나소닉홀딩스와 샤프 노조가 나란히 1만7천엔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은 각각 1만3천엔과 1만2천엔을 제시했다.



올해 춘투를 맞아 렌고는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높은 임금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중소기업 쪽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발을 맞춰 실질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기업들의 임금 인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렌고는 올해 평균 임금 인상 목표를 대기업은 5% 이상, 중소기업은 6% 이상으로 내 건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상공리서치가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 ‘6% 이상 기본급 인상’ 뜻을 밝힌 중소기업 경영자가 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문은 “일본에서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다”며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급여 인상 분위기가 중소기업으로 번지는 게 초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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