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라몬트 아카디안 수석 부사장
"美 주식 한국화···단기 테마성 움직임↑"
"15배 급등한 리게티 불나방처럼 몰려"
"빠르게 부자 되기 위해 고위험 감수···
대다수 나쁜 결말, 폭락할 증권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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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쏠림, 특정 주식의 급등락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으로 한국의 개인 투자자, ‘서학 개미’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서학 개미의 투자 성향 탓에 일부 미국 주식들이 단기 테마성 종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서학 개미들은 폭락 직전에 관련 증권을 집중 매수하는 패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3일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최근 내놓은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라몬트 부사장은 이 글에서 미국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을 지목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 실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카디안 자산 운용은 1986년에 설립돼 1170억 달러(약 169조 6851억 원)를 운용 중인 글로벌 퀀트 헤지펀드다.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경제학 박사로 2023년 아카디안에 합류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하버드대 강사 등을 역임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밈 주식(테마주)으로 분류되면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에 서학 개미가 있다는 것이다. 라몬트 부사장은 지난해 말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서학 개미가 1억 1100만 달러(약 1610억 원)를 집중 매수한 리게티 컴퓨팅은 한 달만에 주가가 1400% 폭등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변동성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분명히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곧 폭락할 증권을 매수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직전과 2018년 ‘볼마게돈’ 사태, 니콜라 사기 의혹,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금융 역사의 재앙 직전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라몬트 부사장은 “모든 시장에는 부의 파괴로 이어지는 나쁜 결정을 상징하는 개인 투자자 그룹이 있다”며 “1989년에는 일본 샐러리맨, 1999년에는 성장 펀드 투자자들, 2021년에는 밈 주식을 매수하는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그랬으며 오늘날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에게 지루하게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질 때 최선의 결정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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