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3Q] ‘마약사범 학살’ 두테르테, 국제형사재판소서 어떤 처벌 받나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전경 / EPA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로 압송됐다. 그는 재임 중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비인도적 대량 살상을 저지른 혐의로 ICC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ICC는 어떤 기구이며, 두테르테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ICC는 어떤 곳인가

1998년 이탈리아 로마 유엔(UN) 전권 외교 사절 회의에서 채택된 ‘로마 규정(Rome Statute)’을 근거로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 형사 재판소다. 회원국의 집단 학살, 전쟁, 반인도주의, 침략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ICJ는 유엔 산하 사법 기관이지만 ICC는 유엔 산하 기관이 아니다. ICJ가 국가 간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기관이라면 ICC는 국가가 아닌 개인을 심리한다. 유엔 회원국은 자동으로 ICJ 회원국이 되지만, ICC는 유엔(193국)보다 적은 125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필리핀은 2018년 ICC가 두테르테의 혐의에 대한 예비 심사에 착수하자 탈퇴서를 제출했고 1년 뒤 탈퇴가 승인됐다. 필리핀은 2017년 브룬디에 이어 ICC에서 탈퇴한 두 번째 국가다.

Q2. ICC 회원국 아니라도 처벌하나

가능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다. ICC 측은 탈퇴한 국가가 회원국이던 기간 발생한 범죄에 대한 관할권은 ICC에 유지되며 따라서 두테르테에 대한 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두테르테 측 변호인은 “필리핀은 ICC 회원국이 아니므로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는 불법이며 ICC는 체포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집행하지는 못했다. ICC 회원국이 아닌 이스라엘·러시아인에 대한 영장 집행을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인권 단체들이 ICC에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북한이 회원국이 아니어서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Q3. 두테르테, 앞으로 어떻게 되나

ICC는 11일 두테르테가 구금되는 대로 첫 심문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일단 헤이그 스헤베닝겐 교도소 내에 있는 ICC 구금 시설에 머물게 된다.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ICC와 형 집행에 대한 협정을 맺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국가 시설에 두는 데 동의한 회원국 중 한 곳에서 복역하게 된다.

2011년 민주콩고(콩고민주공화국) 반군 지도자 토마스 루방가가 소년병을 내전에 동원한 혐의 등으로 징역 1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례가 있다. 이후 장피에르 벰바 전 민주콩고 부통령도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고 실형을 살았다. 다만 현재 ICC에서 심의 중인 사건이 많고, 관할권 등을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도 있어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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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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