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노인 기준 연령 바뀌나
서울 한 노인복지관에 일자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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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전 노인 세대와 달리 신체가 건강하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은퇴 후에도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활동적 장년)가 등장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한 점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연령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결정된 후 4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간 노인 연령 상향은 여러 번 논의 또는 추진됐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2015년에도 당시 이심 노인회장이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릴 것을 제안했지만 노년유니온 등이 “노인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번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평균 수명 연장, 사회적 인식 변화 등으로 노인 연령 조정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1024만명을 넘고 비율도 20%를 넘었다. 올해가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첫해인 셈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49년 전체 인구의 39.8%인 1901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어르신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도 높아졌다. 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이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는 71.6세였다. 학계에서 노인 연령과 건강 상태를 감안해 기대 여명이 15년이 남는 시점을 노인 기준으로 삼자는 제안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2023년 기준 노인 연령 기준은 72세 정도다.
그래픽=이진영 |
◇노후 준비한 베이비붐 세대 진입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새로 노인 연령에 진입한 65~69세 가구의 연간 총소득은 4787만원으로 전체 65세 이상 평균 3469만원보다 38% 높았다. 자산도 부동산 3억3600만원, 금융 자산 5500만원, 기타 자산 1350만원 등으로 4억원이 넘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많았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2023년 10월 낸 보고서(‘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에서도 50년대 후반 출생자(65~69세) 빈곤율은 18.7%, 여기에 자산까지 고려할 경우 빈곤율은 13.2%에 불과했다. 이런 수치에서 보듯, 베이비붐 세대는 어느 정도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65세 이상에 진입하는데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는 소득 하위 70%로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기초연금을 주는 기준(소득 인정액)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새로 65세 이상으로 진입하는 세대는 이전 노인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반면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도움이 절실한 취약 노인도 많다”며 “노인 연령 상향과 기초연금 제도를 개선할 때 이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이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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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인구 증가로 예산 급증
우리나라 노인 예산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가장 비율이 큰 것은 기초연금이다. 올해의 경우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연금 예산이 26조2000억원(국비 21조9000억원 + 지방비 4조3000억원)이다. 그럼에도 소득 하위 70%에게 월 34만원씩 나눠주는 방식이다 보니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 노인들에게 큰 보탬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2021년엔 37.6%까지 하락하다가 2022년 38.1%, 2023년 38.2%로 2년 연속 나빠진 이유다.
기초연금 예산 다음으로는 노인 일자리와 사회 활동 지원 사업에 4조3000억원, 노인 맞춤 돌봄에 8000억원 등 순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예산이 많은 이 세 가지만 합쳐도 31조2000억원(전체 노인 예산의 약 90%)이다.
노인 연령을 상향했을 때 예산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는 65세 이상 연령별 분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65세 이상 1025만명 중 65~69세는 35.4%인 362만7000명이고, 70~74세는 23.4%인 240만명이다. 65~74세가 58.8%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11조원, 대한노인회 제안대로 단계적으로 75세로 높이면 31조2000억원의 58.8%인 18조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65세 이상이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인 72세로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릴 경우 45%인 14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더라도 매년 또는 2~3년마다 1세씩 단계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줄어드는 예산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연령 기준 논의 축소판
지하철 무임 승차는 기초연금 등 여러 노인 복지제도 논란의 축소판에 가깝다. 노인 기준 연령처럼 1980년대부터 시행해온 제도이고, 그동안 치열한 토론도 많이 했고 대안도 많이 나와 있는 편이지만 아직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약 35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10년간 누적으로 따지면 3조원이 넘는다는 주장이다. 무임 승차 제도를 개선하거나 중앙정부가 해당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대도시들의 주장이다.
다른 방안도 많이 나와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노인 무임 승차를 폐지하고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 밖에 노인의 소득 수준이나 연령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이용 횟수나 출퇴근 시간 등 혼잡 시간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 주요국은 대부분 노인 소득 수준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데 그쳐 우리처럼 전면적인 무임 승차 혜택을 주지는 않고 있다.
아예 무임 승차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령층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해 이용량이 많아지면 신체 활동이 늘어나고, 그러면 국민건강 비용이 줄어들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비용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인 빈곤율·기대여명
노인 빈곤율=중위 소득(소득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의 50%에 미달하는 65세 이상 비율.
기대여명=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 2023년 기준 우리나라 72세의 기대여명은 15.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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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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