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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비용 30분의 1인데 안 쓸 수 있겠나”…AI 생태계 삼키기 나선 중국,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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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샘 올트먼’ 량원펑
딥시크로 전세계 뒤흔들어
가성비 내세워 개발자 유혹
인텔 前CEO “딥시크 쓸것”

엔비디아 칩 의존도 낮추려
화웨이 통해 AI반도체 개발


매일경제

중국 AI 딥시크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중국의 ‘가성비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중국 테크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밟고 있다. 넓은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만들어진 저렴한 제품으로 전 세계를 공략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첨단 AI 반도체 없이도 이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AI를 활용한 투자로 큰돈을 번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의 자회사로 시작했다. ‘중국의 샘 올트먼’으로 불리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해외에서 AI를 연구한 젊은 인재들을 데려와 AI 연구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중국에서도 최고의 연봉과 대우를 해줬다.

딥시크는 뛰어난 인재들의 창의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2024년부터 저렴하고 우수한 성능을 가진 AI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해 12월 공개한 딥시크 V3는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료가 저렴해 중국 내에서 먼저 큰 화제를 모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딥시크의 AI를 자신들의 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이 기존 기업들의 30분의 1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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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V3 개발 비용이 약 557만달러(78억원)라고 밝혔는데, 이는 가성비를 강조하기 위해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비하면 학습 비용이 현저히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비용이 적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거대 테크 기업 외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AI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가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자 중국에서는 AI 기업들 간에 가격 인하 경쟁이 불기도 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래블업의 신정규 대표는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내에서 AI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면서 딥시크의 경쟁력은 치열한 국내 경쟁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비용은 AI를 사용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하는 기업들에 매력적이다. 딥시크가 큰 화제가 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9일 딥시크를 자신들의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한다고 밝혔고, AI 지식 검색 서비스인 퍼플렉시티도 딥시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팻 겔싱어 인텔 전 CEO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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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루라는 AI 스타트업의 회장으로 합류한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를 통해 “아주 낮은 (딥시크의) 비용은 AI 사용을 크게 늘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크크런치와 인터뷰하면서 글루가 값비싼 오픈AI가 아닌 저렴한 딥시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가 딥시크의 도전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비용 문제 때문이다. 오픈AI를 사용하던 개발 회사들이 훨씬 저렴한 딥시크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구축하고 있는 개발자 생태계를 딥시크에 빼앗길 수 있다.

중국은 이제 AI 모델뿐 아니라 반도체에서도 독립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중국 AI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AI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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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로고 [AFP = 연합뉴스]


중국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인 화웨이가 이미 자체 AI 반도체 ‘어센드’를 만들고 있고 알리바바, 바이두,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모두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화웨이의 어센드로 옮겨 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추론 시장에서 추론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중국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린칭위안은 FT에 “중국은 미국과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반도체 성능이 좋지 않아도 추론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는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뜻하는 학습과 만들어진 모델을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추론의 두 가지 과정에서 AI 반도체를 다르게 사용한다.

학습 과정에서는 대규모 연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추론에서는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때문에 정확도와 속도가 중요하다. 하나의 AI 반도체로도 모두 쓸 수 있지만 최근에는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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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로고 [AP = 연합뉴스]


엔비디아와 학습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로는 AI 사용처가 점점 늘어나면서 추론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론용 AI 반도체 시장은 2023년 6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1430억달러로 2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견제하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엔비디아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 대해 추가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 관료들이 엔비디아의 H20 칩을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H20은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충족시키도록 설계된 저사양 제품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이날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을 그만 도와줘야 한다”며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리콘밸리 =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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