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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장관 지명자 韓 가전 관세 인상 예고…삼성·LG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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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리 선량함 이용 …동맹국 美 생산 늘려야"

삼성·LG, 시나리오별 준비…정책 확정 후 현지 생산 등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 장관에 지명한 하워드 러트닉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상무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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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해 관세 부과와 미국 현지 생산 유도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면서 국내 가전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해 온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이 확정된 후 가격 경쟁력 등을 검토해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해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안보 협정을 맺은 국가들과의 합작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훌륭한 동맹들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 왔다"라면서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우리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그들과 협력해 그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며 "동맹국들이 미국 내 제조 생산성을 늘리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를 특정 품목에 부과하기보다는 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보편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 세이프가드 '효과적' 판단

이번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행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7년 6월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해 이듬해 1월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의 과세를 부과했다. 같은 해 3월 일본, EU,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표 전부터 검토해 오던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서둘렀고,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내가 (집권 1기 때) 대규모 철강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미국에는 철강 공장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세탁기, 건조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오하이오에 있는 회사들은 모두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오하이오에서) 공장을 폐쇄하려 했다. 한국이 세탁기 등을 덤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75%, 100%까지 올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세가 100%까지 부과되지는 않았지만 관세 인상이 실제 현지 생산 확대로 이어져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같은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고, 특정 품목을 언급하지 않고 한국 가전이라고만 해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전 세계에 공장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할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인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부품에서부터 완제품까지 한 라인에서 제조하는 '완결형 통합생산체제'를 갖춘 건조기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와 건조기의 외관 커버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LG전자 제공) 2023.1.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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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美·멕시코 공장 운영…현지 생산은 비용 장벽

LG전자의 경우 테네시 세탁기·건조기 공장에 추가 공장을 신규 건설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멕시코 공장 건조기 생산 라인의 미국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은 고환율과 높은 인건비, 시설투자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오히려 관세 인상을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이에 양사는 우선 관세 인상이 확정되기 전까지 미국 내 재고 확보에 주력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3일 2024년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중국이나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 국가는 LG전자의 주요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이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수입 물량 제한, 세이프가드까지 취해지면 우리 회사가 받을 관세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스윙 생산체제를 확대하고, 코스트(비용) 경쟁력 기반으로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필요시에는 선행 생산으로 물량을 분산하고, 유통업체와 협업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도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고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 소비자에게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도 잘 돼 있는 데다 AI를 접목해 시장에 빠른 공급을 하면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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