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당시 컷오프(공천 탈락) 위기에 처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에게 김건희 여사의 연락처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의 공천에 김 여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명 씨가 김 지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가 담겨 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9월 30일 명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PC에서 포렌식 복원한 자료다.
2022년 4월 13일 오전, 김 지사는 명 씨에게 "저는 이 상황에서도 명대표님 믿고 어젯밤 잘 잤다.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조개 몇 개를 주우러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했다. 부디 이 고난을 이겨내길 믿는다. 아멘"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공천 탈락이 걱정되지만 명 씨를 믿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시 김 지사는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공천을 놓고 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밤 10시 39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황 전 수석의 전략 공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진태 캠프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도 기사에 담겼는데, 이는 김 지사가 자신을 컷오프를 미리 알았던 정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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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약 1시간 24분 후인 4월 14일 새벽 0시 3분, 명 씨는 김 지사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연락처를 전송했다. 두 사람이 통화를 하도록 명 씨가 알선한 정황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9일,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측으로서는 태극기 부대를 뒤에 업고 있는 김진태와 화해가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2021년 6~7월 경 양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명 씨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미리 알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관위가 황 전 수석을 단수 공천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지사는 이날(4월 14일) 오전 9시 45분 명 씨에게 "황상무 단수추천"이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1분 후인 오전 9시 46분, 명 씨는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어제 김진태 날라갈라 하다가 어젯밤에 살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 10분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명 씨에게 보내면서 "제 입장문 이렇게 냈다"고 했고, 명 씨는"잘하셨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4일 후인 4월 18일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황 전 수석 단수 공천을 뒤집고,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날(4월 18일) 밤 9시 57분, 명 씨는 강 씨와 통화에서 "김진태는 내가 살린 것"이라며 "아는 분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서 손을 잡고 내 얘기하니까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 잡고 막 흔들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러고, 사모님 그리고 그래가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다"고 발언했다.
검찰 수사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내가 김진태를 살렸다"는 명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
4월 23일 경선에서 황 전 앵커를 꺾고 강원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 지사는 엿새 후인 4월 29일 명 씨에게 강원도 원주 소재 고깃집 주소를 보냈다. 이날은 김 지사가 명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원주에서 선거 유세를 벌인 날이다. 김영선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최모 씨는 그날 명 씨와 김영선 의원이 원주 고깃집에서 식사를 했으며 "김진태 지사도 함께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써 강원도지사 후보 선정은 물론, 선거 기간에도 두 사람(명태균, 김진태)이 만난 사실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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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명 씨의 가족을 강원도청과 도지사 공관에 초청해 찍은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김 지사가 명 씨를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 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진태가 레고랜드 사태 등등과 관련하여 저에게 자문을 구해서 도와준 일이 있다 보니, 김진태가 저희 가족을 강원도청에 초청하여 찾아간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명 씨는 그러나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김 지사의 공천을 도운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오세훈, 홍준표 시장에게는 적대적이지만 김진태 지사에게는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명 씨가 강원도지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확히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진태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묘책을 명 씨와 상의하는 대화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실질적인 '공천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면, 현직 도지사가 민간이 명 씨에게 이렇게 의존할 이유가 따로 있을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게 어떤 내용인지, 조만간 후속 보도로 밝힐 계획이다.
뉴스타파는 김 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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