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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불법이민 추방 강화하는 트럼프…"테러용의자 시설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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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중심 쿠바 미군기지 수용소 구금 행정명령…
26일부터 대대적 단속해 하루 1000명 이상 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강도·절도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를 구금하도록 한 법안인 '레이큰 라일리 법'에 서명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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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불법 체류 외국인(불법 이민자) 정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 본토에서 일부 불법 이민자들을 쿠바 관타나모 소재 미군 기지에 수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범죄자를 중심으로 불법 체류자 체포를 강화하고 있으며, 하루 체포되는 인원은 조 바이든 정부 때의 3배가 넘는다.

29일(현지시간) CNBC·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불법 체류자 단속 및 추방 관련 법안 서명 행사에서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관타나모 미군 기지 내 '이민자 수용시설' 준비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강도·절도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를 구금할 수 있는 '레이큰 라일리 법'(Laken Riley Act)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대해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들을 구금할 수 있는 3만개의 침대가 있다"며 "우리는 그들(불법 체류자)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관타나모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타나모 시설 활용으로 "미국의 불법 이민자 수용 능력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관타나모 수용 시설은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라고 강조하며 "오늘 서명으로 우리 지역사회에서 이민자 범죄의 재앙을 완전히 근절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자찬했다.

쿠바 관타나모 만에 있는 미국 해군 기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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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 기지 내 테러 용의자 수용소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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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쿠바와 조약으로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 미국 해군 기지에 2002년 테러 용의자 구금 및 조사를 위한 수용 시설을 설치했다. 해당 기지에는 이민자 처리 센터도 있다. AP는 "관타나모 미군 기지는 수년 동안 미국 '테러와의 전쟁'에서 구금된 사람들을 수용하는 동시에 아이티, 쿠바 출신의 이민자를 구금하는 데 사용됐다"며 쿠바 정부와 인권 단체들은 미국이 이곳에서 물고문 등 인권 침해 행위를 벌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쿠바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수용 계획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를 통해 "미국의 새 정부는 잔혹한 행위로 강제 추방한 수천 명의 이민자를 쿠바 영토 내 불법적으로 점령한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 구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추방된 이민자들은) 고문과 불법 구금 시설로 알려진 곳에 수용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만큼 관타나모 미군 기지의 수용 능력이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관리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3만개 이상의 침대가 있을 리가 없다"면서 또한 "(시설에 구금할) 많은 사람을 돌보기 위해선 미국은 더 많은 군인을 (관타나모만으로) 데려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이민 단속 현장에 방문한 크리스티 놈(가운데)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미국 국토안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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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CNN 뉴스 센트럴에 출연해 관타나모 수용소가 "최악 중의 최악으로 분류되는 사람(범죄자)들을 구금하기 위해 예약될 수 있다"며 관타나모 기지 내 이민자 수용을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놈 장관은 상원 인준 통과 사흘 만인 지난 28일 뉴욕시 이민 단속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불법 이민자 체포 및 추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이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반이민 정책 시행에 즉각 나서며 불법 이민자 체포 및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6일부터 미 전역에서 관련 단속 작업을 시작했고, 이민 관리 부서인 이민 및 세관 집행국(ICE) 통계에 따르면 28일 기준 3500명 이상이 체포·구금됐다. 단속 강화 이후 하루 1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이는 2024 회계연도의 평균 310건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백악관은 범죄자 중심의 불법 이민자 체포를 우선순위로 둔다면서도 "불법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 중 누구도 (체포) 제외 대상은 아니라"라며 불법 체류자라면 범죄자가 아니어도 체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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