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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우클릭' 이재명, '52시간 예외' 반도체법은 결단 못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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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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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까지 보인 '성장 중시' 행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 대표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문제를 두고 공개 토론회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직 전향적으로 수용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노동조합의 반발이 예상보다 컸고, 둘째 반도체 외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당 내 52시간제 예외 적용 필요성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총노동시간 연장 우려에 대한 노조 반발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지도부를 만나 노동업계 현실과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R&D) 연구직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이 문제를 주제로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좌장으로 참여해 직접 재계와 노동계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약 2주가 지난 이날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매듭은 짓지 못했다. 추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공론화한 후 반도체 연구직에 한해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양대 노총은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기업의 불합리한 노동 착취 가능성 등을 들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 절충안으로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활용·완화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노동계는 이마저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재해 등을 포함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시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한 '특별연장근로제도 인가제도'가 이미 존재하지만 이 제도를 완화하다보면 결국 연간 총노동시간이 2800시간을 초과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냐는 노동계의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풀어주면 AI 등 다른 산업은?

현재는 고소득 반도체 R&D 업무 종사자에 한해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다른 업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란 점도 민주당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송언석 국민이힘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 나와 첨단 선박기술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적용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300에 "만약 반도체 R&D 분야에서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면 당장 인공지능(AI) 업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들어올 것이고 다른 첨단기술 업종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노동 문화, 노동 환경을 되짚어봐야 하는데 이 문제가 단 한 번의 토론으로 끝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아예 반도체특별법에 국한시키지 말자는 의견도 나온다. 차라리 근로기준법 개정 등의 방식으로 고소득자 전문직 전반에 노동시간 제약을 두지 않는 제도, 즉 '화이트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특정 고연봉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미국의 제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더300에 "재계는 연간 총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도, 그렇다고 줄이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원하는 일부 고소득 근로자들에 한해 노동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특정 프로젝트 단위별로 업무를 재량껏 수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바꾸는 것은 법체계 전반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 문제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놓치면 안되는 골든타임이다보니 반도체특별법과 같은 특별법상, 특정 직종·직군에 한해 우선 노동시간 유연화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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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 참석해 찬반 토론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202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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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업 경쟁력 강화 필요성 공감하지만 당내 지지 목소리는↓

이 대표는 수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성장을 위해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이 대표가 고민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쟁 때만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찬반 의견을 밝힌 의원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 간 토론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주식시장이 어려운 점을 들어 금투세 적용 유예 또는 폐지 필요성을 시사했었는데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원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공론화해 금투세 폐지 결단을 내렸다.

지난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여야는 반도체특별법에 R&D 직종에 한해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을 넣는 문제를 두고 끝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그 결과 반도체특별법의 소위 통과가 이뤄지지 못했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가 말을 바꿨다, '이재명 친기업'은 조기 대선표를 얻기 위한 기회주의적 모습"이라 비판했다. 야당은 "특별법상 합의된 긴급한 내용은 떼 내 처리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만 좀 더 논의하자고 했지만 여당의 몽니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반도체특별법 통과 의지가 있나"라고 맞섰다.

이 대표가 이 문제와 관련해 확실히 입장을 정했던 적은 없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공개 토론회에서도 "저도 사실 결론을 아직 못냈다"며 "저도 나름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고 공부도 꽤 했지만 (이 문제 관련 노동계와 재계 입장에)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큰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다면 시간을 늘려서라도 이야기를 계속 해 볼 생각이다. 국민께서도 지켜봐 주시고 합리적 타협안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필요하다면 이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를 한 차례 더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또 '일보' 진전이 어렵다면 여야가 합의한 반도체특별법상 반도체 산업 지원의 내용 만큼은 올해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즉 '반보' 진전만이라도 이루자는 입장이다.

반도체특별법 처리 문제는 오는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이뤄지는 첫 국정협의회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최 권한대행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특례가 포함되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며 "반도체와 AI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 3법'은 어제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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