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선박 수주 쓸어가는 中, 한국 엔진 수입도 급증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이 한국 선박 엔진 수입을 늘리면서 국내 선박 엔진 제조사의 실적이 순항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의 70%를 가져가면서 한국산 선박 엔진을 대거 주문했다. 중국 엔진 제조사들은 최근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이중 연료(Dual Fuel·중유와 친환경 연료를 모두 장착하고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 연료) 엔진 분야에선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에 손을 벌리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선박추진용 엔진 수출액은 9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2023년 수출액(6억8122만달러)보다 32% 증가했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선박 건조에 나서면서 한국 선박 엔진 수입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신규 선박은 2412척, 6581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로 2006~200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이 중 중국이 4645만CGT(1711척)를 수주하며 신규 수주 점유율을 70%로 높였다. 한국은 1098만CGT(250척)를 수주하며 점유율이 2016년(15.5%) 이후 가장 낮은 17%까지 내려갔다.

중국은 일반 엔진보다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친환경 이중 연료 엔진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중 연료 엔진은 제작 난도가 높고 테스트 기간이 오래 걸려 중국이 엔진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 점유율을 압도하고 있으나 그럴수록 한국 엔진 발주량이 늘기 때문에 국내 엔진사들엔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한화엔진 대형 엔진. /한화엔진 제공



지난해 한화엔진은 대중 선박 엔진 수출 증가에 힘입어 연매출이 1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연매출이 1조원을 넘은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엔진 연간 영업이익은 733억원 수준으로, 2023년(87억원) 대비 743%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엔진은 HSD엔진 시절 수년간 영업손실을 내다가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그해 흑자로 돌아섰다.

조선업계에선 한화엔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엔진은 지난해 1조65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따내며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엔진은 지난 7일에도 아시아 지역 회사에 6292억원 규모의 선박용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2023년 연매출(8544억원)의 73.6%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계약 기간은 2028년 11월까지 약 4년간이다.

한화엔진은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고 공급 지역을 ‘아시아 지역’이라고만 밝혔으나, 조선업계와 증권업계에선 중국 조선소에서 수주한 물량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기준 한화엔진의 수주잔고 내 고객사가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해외에서는 중국 조선소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신시대조선과 233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으며 9월 말 기준 수주잔고에서 중국 비중이 34%에 달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생산하는 선박용 대형 엔진.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D현대 소속 엔진 계열사들도 중국 수출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세계 선박 엔진 점유율 1위인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73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주요 사업부 중 엔진기계 사업부의 지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중국에 대형 엔진 80대, 독자 개발한 중형 엔진(힘센엔진)을 250대 정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HD현대에 편입된 HD현대마린엔진은 중국 샤먼샹위 수출로 얻는 매출이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아직 공장을 완전히 가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