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징역 1년… 5번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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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6400억원 어음 사기 사건을 일으켜 ‘큰손’으로 불렸던 장영자씨. 2019년 모습이다. 최근 154억원대 위조수표 사건으로 다섯 번째 구속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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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6400억원 어음 사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큰손’ 장영자(81)씨가 이번에는 위조수표를 쓰다가 출소한 지 3년 만에 또다시 구속됐다. 이번이 다섯 번째 구속이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태지영)는 위조 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장씨는 과거 수감 기간을 포함해 총 34년을 복역하게 된다.
장씨는 2017년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농산물 업체 대표 A씨와 고구마, 감자, 양파 등 농산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으로 154억2000만원짜리 위조수표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장씨는 A씨로부터 이행 보증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챙겼다. 장씨는 A씨에게 “이제 나이가 들어 조용히 농산물 관련 일을 하면서 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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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
앞서 1심 재판부는 “위조수표인 줄 몰랐다”는 장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수개월 후에나 농산물을 납품받을 수 있는 계약에 선금으로 위조수표를 사용했고, 그 사이 위조수표라는 사실이 드러나 결국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장씨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행 보증금 3000만원을 챙긴 점, 과거와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피고인이 유죄를 받은 다른 사건 때 쓴 위조수표와 액면 금액이 154억2000만원으로 동일하고 수표의 일련번호도 연속된다”며 “범행 수법도 비슷해 장씨가 위조수표인지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고액의 위조수표를 쓰는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의 나이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을 선고한다”고 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장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씨의 처제였다. 당시 중앙정보부 차장이던 이철희씨와 결혼한 뒤 권력을 앞세워 사채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고액의 어음을 받는 방법 등으로 6400억원대 어음 사기 사건을 일으켰고 1982년 구속됐다.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 사건’으로 불렸다.
1992년 가석방된 장씨는 출소 1년 10개월 만인 1994년 140억원 규모의 차용금 사기 사건으로 4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장씨는 2000년 구권(舊券) 화폐 사기 사건으로 다시 구속돼 15년을 복역했다. 당시 시중은행장과 사채업자에게 접근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회 고위층의 구권 화폐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선금을 주면 웃돈을 얹어 구권 화폐를 몰아 주겠다”며 19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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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총 7000억원대, 당시 국가 예산 10%에 달하는 천문학적 어음사기를 저지른 '큰손'의 대명사 장영자씨가 39세 나이로 첫 구속되던 모습. /조선일보DB |
이후 2015년 출소한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남편 명의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재단에 기증하려는데 비용이 필요하다”며 지인들로부터 약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감됐다. 2022년 출소했다.
장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청주=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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