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5 (수)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남편 문제 공정성 우려” 尹이 기피신청 낸 정계선, 법원서도 논란

2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습기’ 사건에서는 남편 때문에 재배당한 사례도

정계선 헌법재판관. 2025.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13일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정 재판관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법인 이사장이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변호인인 김이수 변호사여서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친족관계’로 인한 사건 재배당은 법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2013년 ‘법관의 2촌 이내 친족이 변호사로 근무할 경우 해당 법무법인이 맡은 사건은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권고의견 8호로 의결했다. 법원이 사건을 배당할 때 기준이 되는 대법원 규칙 ‘법관 사무분담·사건배당 예규’14조에서는 법관과 개인적인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될 경우 재판장은 사건 재배당 요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에 따라 일선 법원에서는 재판부 중 한 명의 남편이나 아내, 자녀나 부모가 근무하는 로펌 사건이 들어오면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스스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고법 A 부장판사 자녀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근무하면 일방 당사자가 태평양을 선임한 사건을 재배당하는 식이다.

실무상으로는 부모·자녀가 아닌 친족에게도 폭넓게 해석한다. 대법원에서도 ‘노동전문’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대리한 노동 사건을 맡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다. 김 대법관의 동생 배우자가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재판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심리에서 빠진 것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 1부는 2018년 12월 공장을 점거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현대차가 낸 소송 사건에서 김 대법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의 대법관이 판결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노조에 우호적인 김 대법관을 피하기 위해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선례를 고려할 때 법원 내부에서도 정 재판관 배우자가 속한 공익단체 이사장이 국회 탄핵소추단 대리인이라는 점은 심리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재판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이수 변호사는)비상근이고 급여 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는 실비도 받지 않는다” “(남편이)김 이사장에게 급여를 받는 관계도 아니고 인사권이 있지도 않다”고 했지만 일선 법원에서도 실질적인 지휘 관계나 친소관계를 불문하고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2005년 공감에 합류해 20년째 공익변호 활동을 해 왔다. 한 현직 판사는 “황필규 변호사가 공감이라는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사장인 김이수 변호사가 탄핵소추안 대리인단에 참여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정 재판관은 과거에도 ‘배우자 논란’으로 재판을 기피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9년에 SK케미칼, 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 관계자 등이 당시 정 재판관이 재판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에 기피 신청을 낸 적이 있다.

당시 기업 관계자들이 문제 삼은 것은 배우자인 황 변호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진상 조사를 위해 설립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점이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남편은 명백히 피해자 측에 서 있고, 아내는 가해자를 재판하는 구도는 어떻게 봐도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후 법원은 이들의 기피 신청을 직접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정 재판관의 요구에 따라 재배당하는 형식을 취해 당시 형사23부로 사건을 넘겼다.

과거 법원에서는 이러한 인적 관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피 신청을 인용한 사례가 있었다. 대법원은 2019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항소심 재판장에 대해서 낸 기피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장이 과거 삼성 임원에게 자신의 신상이나 주변인의 인사에 관한 문자를 삼성 임원에게 보냈다는 이유였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서에서 이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그에 비하면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 이유는 훨씬 강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이뤄지는 헌재 탄핵심판에서는 특히 심리 공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부부라는 인적관계에서 심리 공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면 단지 ‘불공정한 판결이 우려된다’며 강일원 재판관을 기피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며 “헌재가 기피사유를 좀 더 깊이있게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