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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 (수)

윤석열 ‘고발사주’ 무혐의, 내란의 싹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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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고발사주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손준성 검사장이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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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내란 본색’은 이미 검찰총장 때 꼬리를 드러냈다. ‘검·언유착(채널에이 사건)’과 ‘고발사주’ 사건에서다. 두 사건은 윤석열이 2020년 4·15 총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승리를 도와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검찰을 이용한 ‘정치공작’이었다. 윤석열은 헌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무고한 시민을 수사·기소로 겁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식도 전혀 없었다.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 언론인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두 사건은 2024년 ‘12·3 내란’의 뿌리와 연결된다. 검찰총장의 지위에서 검찰을 사유화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려고 했듯, 대통령이 되어서는 군과 경찰까지 손에 넣어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려고 했다. 4년 전에 단죄가 이뤄졌다면 윤석열의 내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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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윤석열이 고발사주 기획 의심”







2021년 10월6일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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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024년 12월6일 윤석열의 본색을 뒤늦게 확인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고발사주 사건 항소심에서 고발장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발사주가 일개 검사 차원의 개인적 범죄가 아니라, 검찰 ‘윗선’의 지시에 따른 조직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손준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이 안 되지만, 윤석열을 고발사주의 배후로 판단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사건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석열에게 비판적인 언론인과 여권 인사들을 고발해달라는 고발장을 작성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보낸 사건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주범으로 고발된 윤석열과 한동훈은 무혐의 처분하고 손준성만 기소했다. 검찰은 미래통합당 쪽에 고발장을 전달한 김웅 전 의원을 불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처분이 모두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발사주를 검찰총장 윤석열과 핵심 참모들의 조직적인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특히 윤석열을 총괄 기획자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고발장이 손준성→김웅→조성은(공익신고자)으로 전달됐다는 1심 판결과 달리, 손준성과 김웅 사이에 검찰 상급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손준성)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윤석열)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을 통한 고발을 기획하고, 고발장 등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판결문 50쪽).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한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2차 고발장과 그 기초자료인 이 사건 각 메시지 대상 정보의 작성·수집은 언론 등에서 검찰 또는 검찰총장(그 가족 포함), 검사장 한동훈 등을 상대로 공격하는 것에 대하여 방어하려는 차원에서, 제보자의 신원 및 전과 내역을 밝혀서 문화방송 뉴스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 최강욱, 황희석 등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그러한 업무 수행은, 법률에 위배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손준성)이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하여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판결문 48쪽)





윤석열이 ‘검·언유착’ 감찰 막는 동안 손준성은 고발장 작성·전달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한동훈의 검·언유착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윤석열과 대검 참모들이 고발사주를 기획해 야당에 사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차마 검찰이 이런 공작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앞서 윤석열이 손준성에게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검·언유착은 윤석열의 ‘검찰 사유화’ 실태가 밝혀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당시 윤석열의 최측근이었던 한동훈과 채널에이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손보려고 ‘언론 보도→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공작을 꾸민 것으로 의심받았던 사건이다. 윤석열은 당시 진상규명을 위한 감찰과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한동훈은 압수당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끝내 말하지 않았다. 윤석열 사단은 감찰과 수사에 참여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역으로 감찰·수사했다. 검·언유착의 실체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는 의도였다. 검찰 안에서 진상을 밝히려는 검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검사들 간에 내전에 가까운 충돌이 벌어졌다. 이런 사실들은 2021년 9월 고발사주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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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이 전달된 시점과 검·언유착 사건의 전개 과정을 비교해 보면 연관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0년 3월31일과 4월1일 엠비시(MBC)가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보도하자, 당시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4월2일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한동훈에 대한 감찰 계획을 보고한다. 윤석열은 그 자리에서 일축했다. 앞서 이틀 동안 한동훈과 무려 23회나 전화 통화를 한 뒤였다. 둘은 4월2일에도 17회나 통화를 했다. 또 윤석열의 핵심 참모인 권순정 대검 대변인과 손준성, 그리고 한동훈은 엠비시 보도 이후 3일 동안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128회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튿날인 4월3일 김웅이 1차 고발장을 조성은에게 전달했다. 손준성이 지휘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치밀하게 준비한 고발장이었다. 고발장에는 검·언유착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검색한 판결문과 기사, 페이스북 글 등 고발장에 첨부할 증거자료가 포함됐다.



김웅은 5일 뒤인 4월8일 2차 고발장을 전달했다. 이틀 전인 4월6일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이 윤석열에게 감찰 개시를 보고하고, 4월7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한동훈과 채널에이 기자를 고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인 때였다. 윤석열은 한동수에게 “감찰을 개시했다면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수사권이 없는 대검 인권부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총장이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동안 참모들은 2차 고발장을 준비한 것이다. 이 고발장은 1차 고발장과 달리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된 것으로 의심받았다. 미래통합당이 2020년 8월27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발했는데, 그 내용이 2차 고발장과 판박이 수준이었다.





김웅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의원이 2024년 1월 8일 국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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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수사 방해 떠올리는 윤석열의 ‘공성전’







고발사주 관련자들은 뉴스버스의 보도(2021년 9월2일)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대대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김웅은 보도 당일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8일 뒤 공수처의 차량 압수수색을 직전에 블랙박스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9월14일에는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삭제했고, 10월 초에는 휴대전화를 아예 초기화했다. 손준성은 공수처에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으나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고, 고발장을 전송할 때 이용한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은 보도 당일 교체한 지 10일밖에 안 된 사무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임홍석 검사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수사기관의 삭제정보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까지 깔았다. 검사들은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역을 삭제했다. 이들은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증거도 철저하게 없앴다. 공수처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 저장장치(HDD와 SDD)를 압수수색했지만, 모두 초기화돼 기록이 삭제돼 있었다. 이들이 나눈 검찰 내부 메신저 대화도 서버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유의미한 증거는 모두 증발된 상태였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동원한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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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윤석열에 대한 수사를 포기했다. 몸통을 수사하지 못하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다. 공수처는 윤석열 사단의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수사 방해로 내란의 싹을 잘라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금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한남산성’에서 무기한 공성전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이 노리는 바가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은?



법치’를 강조하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시민과 국회에 의해 155분만에 제압돼 탄핵과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합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지지자들에게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해 봤습니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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