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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중국 "해외 광물 매장량 보고하라"... 美트럼프 2기 '대응 도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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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광산기업에 '확인·예상 매장량' 보고 의무화
미국, 그린란드 기업에 "중국에 팔지 마" 압박
트럼프 2기서 '미중 광물 패권' 전쟁 가열될 듯
한국일보

광물 채굴기계가 중국 내몽골 바얀오보에 있는 한 희토류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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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해외 광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자국 기업에 '해외 각지의 광물 매장량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광물 자원이 풍부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야욕이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광물 패권' 유지를 위한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선 양상이다.

中, '정부 신고 광물' 32개→41개 늘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해외직접 투자 통계 시스템 개정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 공고에서 상무부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중국 광산 기업이 정부에 신고해야 할 광물 목록 범위를 기존 32개에서 41개로 확대했다. 또 해당 광물의 확인된 매장량은 물론, '예상 매장량'까지 정부에 알려야 한다며 보고 의무화 명령을 내렸다고 SCMP는 전했다. 새로 추가된 광물은 반도체, 산업용 자석, 전기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희토류 원소, 티타늄, 지르콘, 탄탈륨, 흑연, 붕소 등이다.

중국은 반도체·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와 흑연, 갈륨의 전 세계 생산량 70~80%를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공급자다. 지난달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이 쓰인 이중용도 제품의 대(對)미국 수출 불허 결정을 내리는 등 막강한 광물 장악력을 대미 압박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탕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SCMP에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 공격을 개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도 광물 확보를 통해 잠재적인 협상 도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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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실이 1972년 제정된 왕실 문장(왼쪽)과는 다른, 새로 제정된 왕실 문장을 7일 공개했다. 새 문장에선 그린란드의 상징인 직립 북극곰과 페로제도의 상징인 숫양이 별도로 강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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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잇따라 드러내는 것도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광물 장악력을 앞세운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방편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 의지를 드러내며 "(덴마크에 대한) 군사·경제적 강압 배제 약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그린란드에 풍부히 매장돼 있는 희토류 광물에 대한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타국 주권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팽창주의·침략주의적' 성격과는 별개로,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됐다.

미국, 희토류 개발사에 "중국에 팔지마"


실제로 조 바이든 현 미국 행정부도 그린란드 희토류가 중국 손에 넘어가는 것을 크게 경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사 탄브리즈 마이닝을 상대로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를 중국에 넘겨선 안 된다"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 최대 희토류 매장지인 탄브리즈를 개발하던 이 회사는 당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탄브리즈 마이닝을 찾아 "중국에 사업권을 매도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 회사는 결국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크리티컬 메탈스에 탄브리즈 프로젝트 지분을 넘겼다. 탄브리즈 지역 매장 광물의 평가액은 59억6,000만 달러(약 8조6,998억 원)로 추정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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