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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모든 것이 AI가 된 세상" CES 2025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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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AI: CES 2025가 비추는 미래

라스베이거스의 1월은 늘 그렇듯 건조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컨벤션 센터와 베네시안 엑스포에 모여든 10만 명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들은 미래를 보러 왔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미래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들을 보러 왔는지도 모른다.

올해 CES의 주제는 단순했다. AI, 그리고 더 많은 AI였다. 삼성전자는 "AI for All: Everyday, Everywhere"라는 비전을 내세웠고, LG전자는 'Affectionate Intelligence'라는 다소 낯선 개념을 선보였다. 심지어 식료품을 넣으면 알아서 온도를 조절하는 AI 냉장고까지 등장했다. 상추에도 AI 비서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2025년, AI가 없는 기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정한 전장은 AI 에이전트였다. 2024년 Humane Pin과 Rabbit R1의 실패를 뒤로하고, 거대 기술 기업들은 우리의 모든 소유물에 AI를 심으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앱을 열어 일일이 작업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약속했다. 일정 관리부터 커피 주문까지,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대화만으로 해결하는 세상.

구글은 이 새로운 흐름의 선두에 섰다. 제미나이 2.0과 '프로젝트 자비스'는 단순한 AI 모델의 업그레이드가 아니었다. '유니버설 어시스턴트'라는 비전을 향한 큰 걸음이었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모든 웹 서핑을 도와주는 이 AI 에이전트는, 구글이 꿈꾸는 미래의 단면을 보여준다.

삼성SDS는 기업의 업무 자동화에 집중했다. '패브릭스', '브리티 코파일럿', '브리티 오토메이션' - 이 세 가지 서비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있다. 기업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 특히 흥미로운 것은 멀티에이전트 기능이다. 하나의 리더 에이전트가 여러 하위 에이전트들을 지휘하며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마치 작은 회사가 운영되는 것 같았다.

한편, PC 업계는 우리의 컴퓨터가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설득하려 든다. 2024년 코파일럿 버튼과 16GB RAM 요구사항으로 시작된 AI PC의 물결은 더욱 강력해졌다. Microsoft의 차세대 AI PC는 더 강력한 NPU와 AI 기능을 약속한다. Dell, HP와 같은 기업들은 내년이면 지원이 끊기는 Windows 10 사용자들이 AI PC로 갈아타기를 바라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현대 모비스는 세계 최초의 풀 윈드쉴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단순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아닌, 운전자에서 탑승자까지 이어지는 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 차량 정보, 안전 경고를 시야 전체에 표시한다. 마치 아이언맨의 헬멧 디스플레이를 자동차에 구현한 것 같았다.

이런 변화들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우리가 지금 새로운 시대의 입구에 서 있다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우리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이번에도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해 차세대 GPU를 발표할 예정이다. RTX 5090은 전작보다 70% 빠르다고 한다. 한 리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성모독적인 파워"를 가진 전작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Intel과 AMD도 우리의 현재 게이밍 PC를 계산기처럼 느끼게 만들 칩들을 준비하고 있다.

TV 업계는 HDMI 2.2라는 새로운 혁명을 준비 중이다. 10K 해상도와 120Hz 주사율을 뛰어넘는다고 하지만, 정작 그런 콘텐츠를 어디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술은 앞서가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만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계산기의 진화로 여겼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많은 이들은 그것을 편리한 통신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놓았는지.

이번 CES에서 선보인 모든 혁신이 2025년에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CES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는 이제 AI와 함께 일하고,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현재의 AI PC 사용자들이 실제 작업보다 컴퓨터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연구 결과처럼, 우리는 여전히 이 새로운 동반자와의 관계를 정립해가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찬란한 네온사인처럼, CES 2025는 우리에게 미래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두렵고도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거울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처럼, AI는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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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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