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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전세대출 보증비율 ‘뚝’…임대차 시장 월세화 속도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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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 주변에 붙은 원룸, 월세 안내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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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서 대출의 문턱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임차인의 주거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9일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전세대출 보증기관 중 한국주택금융공사(HF)만 유일하게 대출금 전액이 아닌 90%만 보증하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200조원에 달하는 전세대출 시장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인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1분기 내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90%로 맞출 것”이라고 했다.

보증기관이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낮추면 전세대출의 문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증기관이 전세대출에 대해 100%를 보증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돈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쉽게 내어줄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기관이 이 비율을 낮춘 만큼 대출기관은 채권 부실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은 전세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전세대출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부족한 부분을 반전세나 월세를 통해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해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은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차인의 주거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세대출 보증비율 인하가 곧바로 월세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주택 공급이 줄어든 현재의 상황과 맞물리면 임차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주택 공급 부족으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임대차 가격 상승을 부담해야 하고 결국 월세의 전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의 비아파트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임차거래 시 보증부 월세·반전세 등 월세 비중이 최근 5년 평균치를 훌쩍 웃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임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이 57.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비아파트에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다. 비아파트의 경우 월세 비중이 69.5%로 최근 5년 평균(52.5%)보다 17.0%포인트 늘어났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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