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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치매 아내 4년 간병하다 살해…80대 남편은 선처받았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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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1·2심 징역 3년

대법, 징역 3년 확정

헤럴드경제

대법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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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 동안 간병하다 부담감에 살해한 8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피해자를 홀로 돌보는 것에 한계를 느낀 점 등이 참작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살인 혐의를 받은 80대 남성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내를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돌보며 지냈다. 아내의 상태는 2022년 3월 급격히 악화됐다. 고도 치매 단계에 들어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이 크게 저하됐고, 일상생활에서도 소변줄을 차야 했다. 부담이 가중됐지만 A씨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장기간 간병으로 인해 A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22년 3월께 자녀에게 “유서라도 작성하고 자식에게 피해 없이 혼자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엄마 건강 악화로 나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엄마를 하늘나라로 모시려고 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전송했다.

A씨는 쉽사리 마음을 먹지 못했다. 다음해 7월까지 1년이 넘게 지나도록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방법”, “수면제 과다복용” 등의 내용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식을 생각했다. 당시 그는 자필 메모로 ‘갑자기 부모가 하늘로 승천했을 경우 대처방안’이란 제목으로 “(시신을) 병원에 안치하면 경찰이 사망원인을 조사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적었다. 이어 본인과 피해자가 사망한 뒤 그 뒤처리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남겼다.

사건은 1개월 뒤인 2023년 9월에 발생했다. A씨는 자필 메모로 유서를 남긴 뒤 피해자에게 쥐약을 먹이는 방법으로 살해를 시도했다. 1시간 뒤에도 피해자가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자, 그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본인도 쥐약을 먹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목숨을 건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제15형사부(부장 차진석)는 지난해 3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서 어떤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A씨)은 자신과 60여 년을 함께한 배우자인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4년 전부터 피해자의 간호를 도맡아 온 점, 고령으로 피해자를 돌보는 것에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82세의 고령인 점 등을 참작한다”며 선처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수원고법 1형사부(부장 문주형)는 지난해 8월, 징역 3년 실형 선고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원심(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3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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