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계약금 잃어도 “사업리스크 감당 못해”
반환 필지 2023년 5개에서 2024년 25개로
사업대금 연체도 급증세, 해약 더 늘어날 수
공급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커져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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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지난해 건설경기 악화로 아파트 토지 매입 계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공공주택용지 해약 금액이 1년 전보다 7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행사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몰취를 무릅쓰고 계약 해약을 결정한 것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분양 리스크 부담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LH로부터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았다가 계약을 해약한 곳은 25개 필지로 집계됐다. 공급금액 기준으로는 2조7052억원 규모다. 2023년에는 한 해 동안 총 5개 필지(3749억원) 해약이 이뤄졌다. 불과 1년 만에 공동주택용지 해약 규모가 금액으론 7배, 계약 건수로도 5배가 불어난 것이다.
특히 해약된 공동주택용지는 상대적으로 건설경기가 낫다고 판단되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파주 운정3지구, 인천 영종지구, 인천 가정2지구 등에서 해약이 이뤄졌고, 지방에선 세종 행복도시, 경남 밀양 부북지구, 창원 가포지구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공동주택용지 해약 사례는 과거엔 매우 드물었다. 최근 5년 통계만 살펴도 2020년 2필지, 2021년에는 사례가 없었고, 2022년에도 2필지에 불과했다. 공급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사업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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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몇 년간 공동주택용지는 경쟁매매 방식을 거치는 상가부지와 달리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고 인허가 리스크가 적어 시행사의 로또 당첨으로 비유됐다. 이랬던 공공택지 해약이 잇따르는 이유는 시행사들이 개발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공동주택용지 해지는 사업자가 대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연체이자가 계약금을 넘어선 경우 가능하다.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준 대주단이 해약을 요청하거나 사업자가 스스로 택지를 반환할 수 있다. 단 해약 시 공급액의 10%인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지난해 건설업계가 공공주택용지 해약으로 인해 몰취 된 계약금 규모만 2700억원인 셈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올라버린 공사비 때문에 사업 마진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분양 리스크 까지 감당하며 사업을 진행하느니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꺾여 다른 진행 중인 사업지들에서 난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도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토지의 계약금은 포기하고 지급한 중도금이라도 받아내야 하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 계약해지 건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행사들이 LH가 공급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고 대금을 연체한 금액은 총 1조2572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연체금액 1조795억원과 비교해 16% 늘어난 규모다.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짓는 공동주택용지 해약 급증에 따른 입주물량 감소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악순환의 터널에 진입한 느낌”이라면서 “주택용지 분양이라는 첫 단추부터 어그러지며 인허가, 착공, 준공까지 수년간의 사이클에 문제가 발생해 몇년 후에는 공급이 크게 주는 것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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