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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내란에 다다른 ‘인간만의 정치’…아예 판을 넓히면 어떨까[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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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4부의 상상력
안병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 193쪽 | 1만8000원

12·3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처벌과 탄핵 절차와 별개로, 작금의 위기를 배태한 한국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치 전문가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희망적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더 크고 담대한 제안을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에 근거한 민주주의에 미래 세대와 비인간 생명이 참여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팬데믹, AI가 일으키는 새로운 문제점 등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문제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기존의 정치와 경제 정책, 사회 제도로는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삼권분립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비인간 생명의 정치 참여’는 이상적이거나 사치스러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저자도 에필로그에서 미국 트럼프의 재선과 한국 윤석열의 ‘12월3일 내란 기도’를 지켜보면서 “끝도 없는 퇴행의 시대에, 생명공화주의 정치질서로의 대담한 이행이란 그 어느 때보다 꿈만 같이 들린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큰 위기일수록 큰 상상력이 필요한 법이다. 저자는 인간 중심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 ‘바이오크라시(biocracy)’를 제안한 토마스 베리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생명공화주의 정치질서’를 제안한다. 해외 연구 사례와 남미와 유럽에 존재하는 생태헌법 등을 언급하며 제4부로서 ‘미래심의부’의 구체적 모습을 그려 보인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인간, 비인간 생명체 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전문가 풀에서 선정한 수탁자와 시민 배심원단으로 구성된 제4부는 의회와 행정부, 사법부의 의사결정을 심의하며, 필요시 결정을 지연하는 권한을 가진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할 시기,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전환적 상상력과 구체적 제안을 담은 책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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