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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따뜻한 차 한잔 '이것', 남성 생식 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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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은 하이닥 인턴기자] 추운 겨울에는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차를 자주 찾게 된다. 이럴 때 티백을 활용하면 간편하게 차를 우릴 수 있지만, 내가 사용하는 티백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티백이라면 우리 몸의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닥은 해외 대학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를 살펴보고, 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로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남성 생식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어봤다.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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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에서도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인체 곳곳에 침투
일상에서 컵, 그릇, 수저 등 다양한 플라스틱 물품을 사용할 때 플라스틱이 고온에 노출되거나 마찰이 발생하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가 떨어져 나온다. 길이나 지름이 5㎜ 이하인 이런 플라스틱 입자를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라고 한다.

티백도 플라스틱 재질인 경우 뜨거운 물과 만나 미세 플라스틱을 다량 방출할 수 있다.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는 피라미드 형태 삼각 티백이 주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며, 일부 종이 티백에도 플라스틱 섬유가 20~30% 가량 혼합돼 있다. 찻물과 함께 우리 몸으로 흡수된 미세 플라스틱은 다양한 기관에 침투하며 대변, 혈액, 타액 심지어는 모유에서도 발견된다.

물 1㎖ 당 12억 개…티백에서 미세 플라스틱 방출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Universitat Autònoma de Barcelona) 연구팀은 지난 11월 환경 분야 국제 저널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티백 사용 시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양을 측정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따뜻한 물 1㎖당 한 개 티백이 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12억 개 방출할 수 있다.

연구는 실제 일상생활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도록 일반 슈퍼마켓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유명 티백 3가지로 진행했다. 각각 주원료는 나일론, 폴리프로필렌, 셀룰로스였으며 종류별로 티백 300개를 온수 600㎖에 우려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방출된 미세 플라스틱양은 티백 재질에 따라 달랐다.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나온 티백은 폴리프로필렌 티백이었다. 1㎖당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약 12억 개 방출했으며, 평균 크기는 약 136㎚(나노미터)였다. 그다음으로 셀룰로스 티백에서는 약 1억 3500만 개, 나일론 티백에서는 1㎖당 818만 개가 발견됐다.

정자 운동성 저해해 난임 원인 될 수도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지속적으로 흡수되면 생식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 칭다오대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서 지난 5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체내 미세 플라스틱은 정자 운동성을 저해해 불임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생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건강한 성인 남성 36명을 대상으로 정액 샘플을 채취했다. 현미경을 통해 정자 운동성과 형태를 관찰하고 정자 속 미세 플라스틱 함량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모든 남성의 정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종류는 8가지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플라스틱 종류는 일회용 식품 용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스타이렌이었다.

연구팀은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종류에 따라 정자 운동성이 달라진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샘플 중 정자 운동성이 가장 낮은 것은 △배관 △인조가죽 △전선 등의 재료로 쓰이는 폴리염화비닐 노출군이었다.

박현준 교수는 정자 운동성이 떨어지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미세 플라스틱 노출과 남성 불임 간 추가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박현준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 노출로 인해 고환에서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증가하고 정자 생성 자체가 줄어든 동물 연구 보고가 있었다"며 "미세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 생식 호르몬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발기부전, 갱년기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염증 발생하고 발기력 떨어질 수 있어…활발한 연구 필요
미세 플라스틱은 불임 외 다른 영역에서도 남성의 생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현준 교수는 "예컨대 미세 플라스틱 노출로 인해 생식기에 만성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음경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혈류 공급 부족으로 발기력이 떨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배뇨 기능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박현준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 화학물질이 전립선 세포에 염증 반응을 유도해 전립선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세 플라스틱이 남성의 고환·페니스·전립선 건강과 성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현대 남성, 특히 젊은 남성들의 생활 패턴과 환경을 고려하면 관련 역학조사와 이를 뒷받침할 기초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도움말 = 박현준 교수(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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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은 하이닥 인턴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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