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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정의선의 '역발상'… 위기 때 통큰 투자, 기술격차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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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승부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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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격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을 극복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 수준인 24조3000억원의 2025년도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의 신공장 10개 이상을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대부분의 투자액은 전기차,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핵심 기술을 선점하는 데 사용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3월 국내에서 향후 3년 동안(2024~2026년) 총 68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에 이르는 인력을 직접 고용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날 발표한 올해 투자 계획 역시 3개년 투자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는 일환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광명에 이보(EVO) 플랜트를 완공해 신형 전기차인 EV3 생산을 시작했다. 화성과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도 이미 착수했다. 전기차 생산 등을 위한 신규인력 채용은 물론 정년 퇴직자 계속 고용제도를 폭넓게 도입해 고령인력 재취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현재 상황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란 판단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과 중국의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협박 등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변수가 워낙 많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또한 일본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발표했고 올해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3대 자동차 생산업체로 올라선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회장은 "폭스바겐, GM, 포드 등 그동안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다면 현대차그룹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남양연구소 등 연구개발(R&D)인력 대부분이 모여 있는 한국에 대한 투자는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시장을 되살린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내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며 "현대차그룹의 뿌리인 한국 시장이 휘청이면 해외에서 아무리 판매를 많이 해도 의미가 퇴색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내년 국내 투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3년 동안의 국내 투자 총액은 당초 발표했던 68조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이후 현대차그룹의 해외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먼저 대미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을 정책에 대응하려면 미국 내 투자는 필수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장 설립으로 미국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데 총 126억달러(약 18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로보틱스·자율주행·미래항공모빌리티(AAM)·인공지능(AI) 등 미래 투자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했다.

미국 현지의 부품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공장을 신설하는 게 가장 빠르다"며 "HMGMA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철소나 부품 공장 신설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동남아 등 신규 시장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에서는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에 600억루피(약 1조원)를 투자해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체 생산 규모를 11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에 15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입해 연산 15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또 2023년 문을 연 싱가포르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도 4억싱가포르달러(약 43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장은 해외 수출 등을 위한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 공장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개발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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