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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중국 유명배우 구출 소식에···“우리 가족 179명도 구해달라” 애타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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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배우 왕싱 실종 나흘 만에 구출되자

중국 실종자 가족 자조모임, 성명 발표

병원비·등록금 필요한 청년 납치 타깃 돼

경향신문

미얀마 범죄 조직에 납치됐다 태국 경찰에 의해 구출된 중국 유명배우 왕싱(맨 오른쪽)이 7일 경찰이 마련한 브리핑에 참석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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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4명의 또 다른 왕싱을 구하라.”

중국 유명배우 왕싱이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됐다 구출되자, 또 다른 납치 피해자 가족 수백명이 자신의 가족도 구해달라는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9일 홍성신문에 따르면 현재 해외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179명의 가족 487명이 당국에 구조를 요청하는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가족을 찾겠다는 공통점으로 뭉쳐 자발적 상호부조 모임을 해온 이들은 “불안과 걱정, 두려움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네티즌들의 관심 속에서 왕싱이 실종되고 구출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작은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왕싱은 지난 3일 태국 연예기획사를 사칭한 조직에게서 영화 캐스팅 제의를 받고 태국에 입국했다가 당일 밤 연락이 두절됐다. 왕싱의 여자친구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왕싱의 실종 사실을 알리자 전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태국 경찰은 7일 왕싱을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발견해 구출했다. 왕싱은 9일 중국으로 돌아왔다.

왕싱은 실종 기간 미얀마 미야와디에서 다른 중국인 50명과 함께 감금돼 강제로 삭발을 하고 사기 문자 보내는 훈련을 했다고 중국 언론에 전했다. 태국 당국은 중국인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왕싱을 납치했을 가능성을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명에 따르면 다른 실종자들도 배우 왕싱이 겪은 취업사기를 당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됐다. 가족의 병원비나 등록금을 마련하려던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의 목표물이 됐다.

아버지가 자녀를 돌보지 않아 조부모가 길러준 안씨는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 여동생 역시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업 중단을 고민하자 안씨는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미얀마로 갔다.

안씨는 지난해 8월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취업사기를 당해 감금 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안씨의 여동생은 몇 차례 오빠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경찰에도 연락해 구출을 시도했지만 지난해 10월 ‘병이 나 입원했으며 총을 든 사람에게 감시당한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싱글맘 왕씨는 두 아들이 자신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2023년 8월 미얀마로 향했다고 전했다. 장남은 태국 경찰에 검거돼 신변이 확인됐다. 그는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9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차남은 2024년 7월 메신저를 통해 “나는 안전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뒤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항저우 피트니스 클럽 트레이너로 일하던 다이씨는 여성 인터넷 방송 진행자(라이브 스트리머)로부터 자신도 인터넷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다이씨의 여동생은 기획사가 성실함을 확인한다며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빚으로 옭아매 오빠를 범죄에 가담시켰다는 사실을 오빠 친구들을 통해 확인했다. 여동생은 여성 진행자가 댓글창을 막아놓고 여전히 방송 중이라고 성토했다.

성명에는 가족들이 공권력의 도움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해온 과정도 드러났다. 왕싱은 실종 나흘 만에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애만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에서 거주하던 리씨는 2024년 7월 남동생이 미얀마와 가까운 윈난성 시솽반나에서 실종된 이후 연말 결혼계획을 보류하고 동생을 찾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동생은 리씨는 직접 동생의 SNS를 추적해 그가 ‘뱀머리’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뱀머리는 보이스피싱 조직 모집책으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화물 배송 아르바이트를 제의하며 유인한다.

류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납치된 아들을 찾은 보기 드문 운 좋은 사례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류씨의 아들은 감시를 피해 부모에게 연락하고 기록을 지울 수 있었다. 류씨는 몸값을 지불하고 아들을 빼냈다. 아들 실종 이후 아내와 어머니가 암에 걸려 병원비와 몸값을 마련하느라 큰 고생을 해야 했다.

류씨는 “자다가 갑자기 깬다. 매번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아들한테 문자 왔나?’ 확인하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미얀마 당국과 합동수사로 지난 한 해 국경지대의 중국인 용의자 5만30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데타가 만성화된 두 나라 군부에 부패가 만연한 데다 미얀마 내전까지 5년째 진행돼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보이스피싱 조직 단속에 협조적인 북서부 코캉 반군과도 제휴하며 미얀마 군정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과 미얀마 민주세력의 제휴를 경계해 군부의 뒷배 역할도 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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