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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보수단체 ‘2030 앞세우기’…“반공청년단은 윤 대통령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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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 ‘탄핵 무효’ 집회 현장에 ‘애국청년 일어나라’가 써진 팻말이 붙어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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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생 때는 좌파였습니다. 근데 중학교 가서 신문 읽고 하면서 깨달았어요. 여기 있는 분들은 극우가 아니라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시민입니다!” “와아아 맞습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9일, ‘최강 한파’에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국제루터교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탄핵 무효’ 집회를 찾은 지지자로 북적였다. 이제 20살이 되었다는 한 청년이 무대에 올라 “초등학생 땐 좌파였지만 이제 보수에 대해 깨달았다”며 “자유대한민국 만세”를 외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이날 집회에 온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담요를 덮고 연신 핫팩을 흔들면서도 ‘탄핵 무효! 탄핵 반대! 국민과 함께 역사를 쓰자!’ 등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주된 참여층이 10대∼30대 여성인 ‘응원봉 집회’를 의식하듯 이날 ‘탄핵 무효’ 집회도 계속해서 청년들을 무대로 불러 세웠다. 발언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좌파였지만 우파 시민을 보며 최근 ‘각성’한 청년이고, 어르신들이 추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생하고 있으니, 함께 윤 대통령을 지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루터교회와 떨어진 한남동 일신홀 앞에서 진행된 또 다른 집회에서는 “저쪽(루터교회 앞 집회)에선 청년들만 발언해야 하니까 자유발언 하고 싶으신 분들 아무나 앞으로 나와도 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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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 ‘탄핵 무효’ 집회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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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청년 앞세우기’는 반공청년단과 그 예하부대라는 백골단 창단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공청년단은 국민과 함께 윤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직의 공식명칭은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을 ‘백골단’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백골단은 과거 1980∼90년대 사복경찰관으로 구성됐던 경찰부대로, 과격한 시위 진압으로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부대다. 같은 윤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신남성연대는 이날 유튜브에 ‘백골단 창설 강력 반대’ 입장문을 올려 “백골단 창설은 순수한 의도로 모인 시민들의 자발성을 훼손하고 폭력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청년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격앙된 집회가 이어지면서 한남동 주민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집회 장소에 있는 한남초등학교 앞에선 “밟아서 죽이자” 등의 과격한 구호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학교 담벼락에는 ‘탄핵반대 이재명 구속’, ‘불법영장 육탄 저지! 국민결사대’ 등이 써진 손팻말이 붙었고, 그 옆으로 서울시의회가 붙인 ‘우리 아이들 안전 위해 통학로는 지켜 주세요’ 펼침막이 내걸렸다. 한남초는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고 병설유치원이 있어 방학에도 학생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학교 앞에는 현재 학생들의 등하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사각형 형태로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세워졌고 교육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등하교 안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탄핵 및 체포를 촉구하는 관저 앞 집회는 잠시 소강상태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한남동 볼보빌딩 앞에서 매일 오후 3시마다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집회를 열고 있고 루터교회 앞과 일신홀 앞 등에서는 ‘탄핵 무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는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범시민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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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담벼락에 ‘이재명을 구속하라’, ‘불법영장 육탄 저지! 국민결사대’ 등이 써진 손팻말이 붙어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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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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