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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고려아연 사태로 주목받는 소액주주의 염원 ‘집중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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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려아연 제련 시설 전경. 고려아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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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집중투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오는 23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상정키로 했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어떻게 소액주주들이 의무화를 주장해온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등장하게 됐을까.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60주, 소액주주가 40주를 각각 보유한 회사에서 이사 3명을 선출하는데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각각 3명과 2명의 후보를 추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투표제라면 이사 3명 모두 대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선임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사 후보 각각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집중투표제에서 대주주는 180의결권(60주X3명), 소액주주는 120의결권(40주X3명)을 행사한다. 각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가 아니라 의결권을 많이 얻는 순서대로 이사가 선임된다. 대주주는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를 모두 선임하기 위해 의결권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반면, 소액주주는 자신들이 원하는 1명의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소액주주들의 염원이다. 고려아연 사태에서 집중투표제 논란이 부상하자 소액주주 단체들이 일제히 도입 환영 의사를 밝힌 이유다. 주주행동플랫폼 액트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해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수 있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상법 개정 논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함께 빠지지 않는 쟁점이 집중투표제다. 현재 국회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부터 상법에 포함됐다. 그러나 회사가 정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삼일Pw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집중투표제 채택률은 5%에 불과했다. 1조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은 1%,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은 2%에 그쳤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를 들고나온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 12명 중 최 회장 측이 11명, MBK·영풍 측이 1명이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더불어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하는 안건과 새 이사 7명을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했다. MBK·영풍 측은 새 이사 14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현재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 구도를 보면 최 회장 측이 39.2%, MBK·영풍 측은 46.7%가량이다. 따라서 일반투표제라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14명이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이사진 구도는 최 회장 측이 11명, MBK·영풍 측은 15명이 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 회장 측이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일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또 이사 수 상한 안건까지 통과되면 최 회장 측 이사의 우위 구도는 유지된다.

지분율이 높은 MBK·영풍 측이 집중투표제 안건을 부결시키면 되지만 여의치 않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 시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MBK·영풍 측은 3% 이상을 보유한 소수(MBK 7.8%·영풍 25.4%·장형진 영풍 고문 3.5%)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다수의 주주들에게 잘게 쪼개져 있다. 특수관계인만 50여명인데 이들의 지분율은 모두 3% 미만이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표결 시 최 회장 측 의결권이 MBK·영풍 측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MBK·영풍 측이 법원에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이유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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