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10대 살해범’ 박대성에 무기징역 선고

전남 순천에서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이 2024년 10월4일 순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

“길을 가던 예비 사회인이 무참히 목숨을 잃었으며, 피해자와 유족·시민이 느낄 공포와 무력감은 차마 말할 수 없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재판장 김용규)가 9일 살인과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박대성(31)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전자장치 부착 명령 20년과 압수된 증거 몰수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공포심과 무력감은 말로 설명이 어렵고, 유가족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범죄 결과가 중대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전에 치밀한 계획으로 볼 수 없고, 벌금 이상의 형사 처벌이 없다는 점은 양형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26일 새벽 0시42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에서 길을 가던 ㄱ(18)양의 뒤를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ㄱ양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친구를 먼저 데려다주고 귀가하던 길에 한번도 본적이 없던 박씨에게 희생당했다.

2024년 9월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야흥동 추모공원 봉안당 10대 여성 청소년 희생자의 유골 안치함 앞에 아버지의 조화가 놓여 있다. 정대하 기자

박씨는 범행 후 도주하면서 흉기를 버렸고,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이후 흉기를 소지한 채 여주인이 홀로 운영하는 노래방과 주점에 들어가 추가로 살인을 예비한 혐의도 받았다. 공개된 신고 녹취록에는 신고자 옆에서 박씨가 “거짓말이에요”라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반복해 이야기하며 “헤헤”하며 웃는 음성 등이 담겼다.

재판부는 박씨의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 공판에서 박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과 압수된 증거 몰수 등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공판 검사는 “범행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 찍힌 박씨의 범행 직후 웃고 있는 모습은 다시 한 번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이에 박씨 변호인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 최후변론을 통해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인정한다”며 “(다만) 2항(살인예비)은 그런 목적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가 기억나질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엔 ㄱ양 가족들과 지인들이 선고 공판을 지켜봤다. ㄱ양의 아버지는 개정 30분 전부터 휠체어를 탄 채 방청석에 앉아 있다가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눈물을 흘렸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씨는 이날 재판장이 “살인 재범의 위험성 있다”고 하는 순간, 잠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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