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 '성추문 입막음' 형량 받나? 트럼프, 대법원에 연기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대법원에 자신의 범죄 혐의 관련 재판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취임식 열흘 전인 10일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일명 허시 머니)' 사건에 대한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피곤한 표정으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 증인 출석한 마이클 코언의 진술을 귀담아 듣고 있다. 2024.05.16 /AFPBBNews=뉴스1

CNN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연방대법원에 "대통령 제도와 연방정부 운영에 대한 심각한 부당함과 손해를 막기 위해 선고를 유예해달라"며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트럼프 측은 앞서 지난 6일 맨해튼 형사법원, 7일 뉴욕주 항소법원에 선고 연기를 요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마지막으로 대법원에까지 판단해달라고 나선 것. 연방대법원은 선고 예정일 하루 전인 9일 오전 10시까지 뉴욕주 검찰에 이번 긴급 개입 요청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던 2016년 5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자신의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성관계 폭로를 입막음할 목적으로 13만 달러(약 1억 7000만원)를 지불했으며, 이 돈을 법률 자문비로 위장하기 위해 회사 기록 등을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뉴욕 맨해튼 주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지난해 5월 트럼프 당선인의 34개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후 대선 일정으로 최종 형량 선고는 계속 미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선고가 연기돼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법원의 선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기존 유죄 평결도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트럼프 당선인을 처벌하지는 않더라도, 유죄 평결은 유지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러한 가운데 재판을 담당한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의 형량을 선고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NYT는 "머천 판사가 (유죄 판결을 내면서도) '무조건 석방'을 선고할 것을 시사했다"며 "이는 트럼프가 중범죄자 신분으로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되는 불명예를 안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는 정권인수 기간인 점을 고려해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원격으로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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