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판매량, 2008년 이후 최소…캐즘·정치상황 겹쳐 침체 장기화
HEV·EREV로 캐즘 대응…제조 경쟁력 높이고 자율주행·AI 등 투자
先 국내 투자로 책임 의식 발휘 평가…토종 대기업 지위 강조
올해 현대차그룹 전략은? |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현대차그룹이 9일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대내외를 가리지 않는 '퍼펙트 스톰'(다발적 악재에 따른 경제적 위기) 대응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안으로는 극심한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로 국내 기반부터 튼튼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기업 이미지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을 그룹의 혁신 본거지로 재확인하는 동시에 국내 대표 대기업으로서 책임 의식을 발휘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년사 하는 정의선 회장 |
◇ '퍼펙트 스톰' 진단 사흘 만에 역대 최대 투자…미래 성장동력 유지 포석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 연간 기준 최대 규모인 24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신년회에서 현 상황을 퍼펙트 스톰으로 진단하며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지 사흘 만에 나온 투자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 사의 내수 판매는 135만8천842대로 전년 대비 6.4%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4만5천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반면 해외 판매는 2023년 654만665대에서 지난해 658만8천328대로 소폭 증가하면서 내수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2%에서 17.1%로 줄어들었다.
신차 효과를 봤던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 현대차(-7.5%), 기아(-4.2%), 한국GM(-35.9%), KGM(-25.7%) 등 4개 사가 내수 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전기차 판매는 2023년보다 21.2% 줄어든 9만1천385대로 10만대선이 무너졌고, 수소전기차도 4천328대에서 2천751대로 36.4% 급감했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등 국내 정치 상황으로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으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내수 침체는 끝 모를 어두운 터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년사 하는 정의선 회장 |
◇HEV·EREV로 EV 둔화 대응…자율주행·AI도 투자
전체 투자 규모의 47%(11조5천억원)를 차지하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힘을 실어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고객수요가 이탈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HEV)와 EREV를 구원투수로 앞세워 미래 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8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23년 글로벌 판매 계획보다 약 40% 증가한 133만대가 목표다.
경상 투자(12조원)와 전략 투자(8천억원)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이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기아 화성 이보 플랜트를 완공하고, 현재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EV 전용 공장에선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전동화 흐름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전략 투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에 집행된다.
현대차그룹이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울산공장에 '하이퍼 캐스팅' 공장을 신설하는 것도 눈에 띈다.
하이퍼 캐스팅은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으로,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차체와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신규 모빌리티 디바이스 개발, 로보틱스 비즈니스 등 신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좌담회 하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
◇대기업 책임 의식…토종 지위 강조 해석도
불확실성이 대내외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들이닥친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먼저 챙긴 것은 국내 대기업으로서의 책임 의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해가 밝고 연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는 2023년 19조7천억원, 2024년 20조4천억원, 2025년 24조3천억원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그룹의 글로벌 기업 면모가 나날이 짙어지는 가운데 토종 기업이라는 위치를 재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비중은 작년 1∼11월 기준 23.3%로 3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현대차 대표이사에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하며 창사 이래 첫 외국인을 CEO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정의하면서 "이번 국내 투자는 경제 활성화와 연관 산업의 고도화 촉진으로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장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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