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정경윤 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
"전방위적으로 기술 개발하고 인력 양성"
정경윤 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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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경제성·트럼프
최근 만난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이 꼽은 '2025년 배터리 업계를 아우를 키워드' 3가지다. 이중 핵심은 중국산 배터리 가격과 맞물린 경제성이다. 안전성은 2중 3중 안정장치가 설치된 만큼 안심할 수준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전환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성능이 비슷한 배터리라면 중국산을 쓰는 게 이득'이라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경영판단을 뒤집지 못하고선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 하락을 막기 쉽지 않은 상황. 그는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전방위적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2중 3중 안전장치…과충전 막아놨다"
- 올해 배터리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의 변화가 있을까.
▲ 우선 지난해 배터리 업계 키워드부터 꼽자면 '안전성'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어 '중국'과 '경제성'이 연결돼 붙게 된다. 올해엔 여기에 '트럼프'가 더해질 것 같다. 상당한 혼돈의 시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된다.
- 특히 지난해엔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논란이 많았다.
▲ 운이 없는 사고들로 안전성 문제가 부각이 된 측면도 있다. 화재 발생건수를 차량 대수로 나눠 들여다보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건수가 더 적다. 물론 사고가 나면 불을 끄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소방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기업들도 안전성을 보다 향상시켰다.
또 당시 과충전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실제 전기차 배터리는 0%에서 100%까지 전체 용량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배터리 수명이 짧아질 수 있고 과충전 위험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령 배터리의 20~80% 범위만 사용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0~100%로 보이게끔 설정한다. 자동차 회사들마다 이 숫자는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자동차 회사들이 안전 마진을 걸어놓고 최대 충전이 되지 않게끔 해놨다는 대목이다.
자체설계가 그러하고 여기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안전장치를 2중 또는 3중으로 설치, 과충전이 되지 않게끔 막아놨다. 그럼에도 이러한 모든 것들이 고장나면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러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지나친 걱정을 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없애지만 세제 혜택 유지"
- 올해 새로 추가된 키워드가 '트럼프'인데, 트럼프 2기 출범 시 배터리 업황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트럼프가 만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무력화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전기차 보조금만 없앨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업에 지원하는 세제 혜택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들이 공화당 텃밭 지역에 몰려있어 정치적 논리가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 전기차 보조금만 폐지되는 경우도 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 같은데.
▲ 보조금이 폐지되면 우선 전기차 가격이 상승,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수 전문가들은 2~3년 내 캐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러한 상황 탓에 극복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 세계적 흐름이 전기차로 옮겨가는 것을 거스를 순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집중하는 자율주행 기술도 결국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다. 속도가 늦어질 순 있어도 방향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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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택시로 배터리 시장 확장…中 유리"
- 일론 머스크는 로봇택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경우 배터리 업계와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을지.
▲ 다수 경쟁사 대비 테슬라의 기술적 장점은 자율주행에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특징을 전기차에 제대로 풀어내 로봇택시 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이 완벽히 이루어지면 택시가 스스로 손님 태우러 다니겠다는 얘기다.
포인트는 이러한 로봇택시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결국 전기차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로봇택시로 인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확장될 수 있다.
다만 한국 배터리 업계로선 중국과의 경쟁서 불리할 것이다. 로봇택시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경제성이 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로봇택시는 사업용이니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또 승객의 목적지까지만 간 후 기착지에서 충전을 하면 된다. 택시를 타고 아주 먼 거리를 가는 고객은 드무니 주행거리가 길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으면서 값이 저렴한 배터리, 해당 분야에선 현재 중국이 유리한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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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p)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11.5%p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 3사의 비(非)중국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5.6%, 전년 동기 대비 2.7%p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든 ESS든 일단은 가격 경쟁"
- 한국 배터리 3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 역시 가격이다. 과거와 비교해보자. 2017~2018년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50~200km 내외였다. 당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외면했던 이유 중 가장 주요했던 게 주행거리였다. 이땐 전기차 보급을 위해 보조금도 많이 줬던 시절이다.
이후 2021년부터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맞았다. 다수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넓게 갖췄고 1회 충전 주행거리도 350~500km로 늘렸다. 이 시점부터 보조금도 서서히 줄였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주행거리에서 가격으로 옮겨갔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 하면 전기차를 더 싸게 만들까'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능이 비슷한 배터리라면 중국산을 쓰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ESS용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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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배터리 3사는 캐즘을 맞은 전기차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방향을 틀었다. ESS용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 2018년까지 삼성SDI가 ESS용 배터리 시장서 점유율 50%를 넘으며 한국 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후 중국이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무기로 ESS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해당 시장의 약 80%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전기차든 ESS든 일단은 가격 경쟁이다. 한국 기업들도 LFP를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 LFP 관련 특허* 때문에 개발 및 양산을 할 수 없었는데, 2023년께 다 풀리면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LFP는 우리의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기술이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LFP에서도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만든 LFP를 갖고선 중국의 가격과 상대하기 어려우니 타깃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심 중일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 물질인 '리튬·인산·철'을 처음 발견한 이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고(故) 존 구디너프 교수다. 구디너프 교수는 1995년 미국 텍사스 대학교 재직 당시 제자와 함께 이를 처음 발견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이때 중국을 대상으로 한 특허 등록이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중국이 특허과정서 예외로 분류된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디너프 교수는 특허를 낸 지 수년이 지난 2003년에 중국에 대한 특허 등록을 진행했고, 2008년에 특허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중국이 이 특허를 무효화했다는 점이다. 2010년 중국배터리공업협회가 국가 특허국 재심위원회에 LFP 특허 무효 소송을 냈고 2011년 재심위가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때부터 중국은 LFP 원천기술을 우선 사용할 수 있었고 기술 선점에 유리했다.
구디너프 교수의 원천 특허는 2017년 만료됐다. 이외 LFP 카본코팅 기술 등 주요 특허 대부분은 2021~2022년 만료, 일부는 2023년 만료됐다. LFP 관련 특허가 모두 해제됨으로써 LFP 전쟁 막이 오르게 된 것이다.
LFP 배터리 시장 내 연구 성과와 질적인 측면에선 한국 경쟁력이 중국보다 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중국은 LFP 관련 특허 출원서 전체 63%에 달하는 4695건의 특허를, 한국은 약 10% 비중으로 726건의 특허를 각각 등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핵심 특허 수'에서는 LG화학이 16건으로 글로벌 선두에 있다. '핵심 특허 수'는 특허의 피인용 횟수 및 특허의 국제적 범위·확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LFP 관련 특허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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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 종사자 모아도 中 CATL보다 작을 것"
- 중요한 것은 대안인 것 같다. 배터리 기업들이 위기서 벗어나기 위해 집중해야 할 기술적 포인트가 있을까?
▲ 현 상황에선 전방위적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전기차가 고급 차량부터 대중적인 모델까지 라인업이 다양하다. 보급형에는 LFP, 그 이상의 라인은 NCM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 ESS용 배터리도 놓칠 순 없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성능·안전성·가격이 중요한 반면, ESS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만큼 각 카테고리 특성에 맞는 연구 개발이 이어져야 한다.
- 당장 급한 LFP에 치중하느라 NCM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
▲ NCM은 절대 놓으면 안된다. 성능이 더 뛰어난 기술이고 배터리인데 무조건 계속해야 한다. 오히려 장기적 관점서 LFP는 재활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LFP 폐배터리는 NCM과 달리 재활용 가치가 낮아 대부분 매립한다.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재활용 관련 고민이 상당하다. 언젠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글로벌적으로 법제화를 통해 규제를 할 수도 있다. 가령 재활용 및 처리비용을 산정해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식으로 말이다.
때문에 LFP 경쟁력이 클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노선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NCM을 대체할 주요 노선이 되긴 힘들 수 있다.
- 국가 차원 정책도 중요한 시점인데 바람직한 방향을 제언한다면?
▲ 무엇보다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꾸준히 힘써야 한다. 향후 캐즘을 빠져나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때를 대비해 인력 양성도 보다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 배터리 업계 종사자 모두를 모아도 중국 CATL 직원들 수보다 작을 것이란 말이 있다. 인구 규모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나, CATL이 인력을 급격히 늘릴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중지원에 있다.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IRA 때문에 급히 미국 진출했는데 지원이 줄어든다고 할 경우에 대비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정경윤
• 現 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
• 前 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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