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연산 속도 빠르지만 상용화까지 한참
관련기업, 영업손실 상태 지속…"급등락 반복 유의"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이 인공지능(AI)을 이을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서학개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속도를 자랑하면서 차세대 기술 혁명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변동성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자컴퓨터의 실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위험성 투자 상품인 원유보다도 변동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자 관련 주식 '실스크' 주가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I 다음은 '양자컴퓨터'…주가 급등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실스크(LAES)는 지난 12월 2일 0.47달러에서 지난 6일 7.73달러로 한 달여간 주가가 무려 1544%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실스크는 △테슬라 △필란티어 테크 △브로드컴에 이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4위(상장지수펀드 제외)에 올랐다. 순매수 금액은 무려 1억1243만달러(1640억원)에 달한다.
양자컴퓨터가 인공지능(AI)을 이어 차세대 기술 혁명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주식 상승세가 매섭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다수의 정보를 동시에 연산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초고속 대용량 컴퓨팅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을 가지는 '비트'를 사용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뿐만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중첩)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쓴다.
큐비트 덕에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빠르다. 구글은 작년 말 양자컴퓨터 칩 '윌로'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자(1자=1조x1조)년이 걸리는 계산을 5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이 5년 전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통해 슈퍼컴퓨터가 1만년이 걸리는 문제를 몇 분 안에 풀 수 있다고 발표한 것보다 훨씬 빨라진 셈이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도 올랐다. 알파벳 Class A(GOOGL) 주가는 지난달 2일 171.49달러에서 6일 196.87달러, 알파벳 Class C(GOOG)는 172.98달러에서 197.96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그 외 양자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한 리게티 컴퓨팅(RGTI)은 지난달 2일 3.02달러에서 6일까지 19.51달러로 5.4배 급등했다. 양자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한 퀀텀 컴퓨팅(QUBT)도 같은 기간 6.11달러에서 18.09달러로 2.1배 올랐으며, 양자컴퓨터의 필요 장비인 저잡음 증폭기(LNA)를 만드는 앰플리테크 그룹(AMPG)은 0.87달러에서 3.98달러로 3.57배 상승했다. 양자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이온큐(IONQ)는 32.06달러에서 51.07달러로 60% 가량 올랐다.
양자컴퓨터 산업에 대한 기대감 속에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인 'CES 2025'에서도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됐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양자기술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산업을 재편하고 우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의 힘"이라며 "CES 2025에서 그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용화는 먼 길…'원유'보다 변동성 높아
그러나 양자컴퓨팅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불과해 상용화가 어렵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이 빠르면 2030년으로 점쳐지면서 수익성 확보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오류율 △극저온 상태에서만 작동 △큐비트의 외부 환경 민감성 등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큐비트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해 오류에 매우 취약하다. 큐비트 내에서 정보가 손실되는 오류(T1 오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오류(T-2 오류), 양자 큐비트 간에 발생하는 누화 오류 등 오류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 같은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양자컴퓨터는 영하 27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외부 환경의 방해에 의해 큐비트의 상태가 쉽게 붕괴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
수익성 확보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실스크는 2023년 437억원의 매출을 냈으나 영업손실은 28억원이었다. 지난해 2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이 70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은 131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실스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9억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43억원이었다. 수익 창출이 부진해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69억원이 나간 가운데 개발 등을 위해 외부에서 조달해 온 자금이 243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제시한 실스크 목표주가는 1.75달러에 그친다. 단순히 계산하면 6일 종가(7.73달러)에서 77%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아이온큐 상황도 비슷하다. 매출이 2021년 30억원, 2022년 162억원, 2023년 320억원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영업손실도 2021년 562억원, 2022년 1245억원, 2023년 2291억원으로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온큐 목표주가는 32.32달러로 6일 마감가(51.07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임지용 NH투자증권 해외기업팀 팀장은 "(양자 관련 주는) 테마주 특성상 연율화 변동성 90% 수준의 급등락을 반복하므로 투자 시점 판단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고위험성으로 알려진 원유나 크립토 투자의 연율화 변동성이 50%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보다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집었다. 연율화는 기간 수익률을 연환산 수익률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2021년 말에도 양자주는 한 달 만에 4배가량 급등했다가 급락했는데, 기간과 강도가 지금과 유사해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