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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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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주춤한데 투자 경쟁은 해야 하고...삼성전자,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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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 발표
1년 전보다 영업이익 130% 늘고도 기대치 밑돌아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HBM 공급 지연이 원인
한국일보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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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24년 4분기(10∼12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반도체 시장 전체가 가라앉았던 2023년보다는 나아졌지만 핵심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떨어지고 인공지능(AI)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등 첨단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값이 되살아나고 새 HBM 공급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쯤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한 잠정 실적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5조 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이 심각한 부진에 시달리던 2023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65%, 영업이익은 130.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크게 밑돌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1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가 최근 8조 원까지 내려 잡았는데 이보다도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 든 것.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 때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담당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3조 원 안팎, 모바일·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2조5,000억 원,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잠정 실적 발표 후 낸 보고서를 통해 "실적이 경쟁사 대비 유난히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원가 구조와 비용 요인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모리 시장 회복·HBM 공급 늘어나는 하반기 기대"


한국일보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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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으로 첨단 반도체 시장 수요가 급증했지만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제품인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쓰이는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수요가 부진하고 제조업체들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높은 관세 위협이 예상되면서 미리 재고를 쌓아 가격이 하락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1분기에도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8~13%, 낸드플래시 가격은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대의 핵심 제품으로 떠오른 HBM은 시장을 이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사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의 납품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AI 반도체 수요는 늘었지만 빠른 성능 향상으로 개발과 투자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낸 설명 자료에는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판매는 늘었지만 연구·개발(R&D)비와 선단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설비 투자가 늘면서 실적이 줄었다"고 나와 있다.

반도체 시장이 부진할 때 수익을 내며 빈자리를 채워 온 모바일경험(MX) 사업부도 애플의 AI 서비스 도입과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의 영향을 받아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신작 효과도 줄었다. 삼성전자로서는 1월에 공개될 '갤럭시 S25' 시리즈의 선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가는 메모리 업황이 살아나고 HBM 공급이 늘어나는 2분기 이후 삼성전자도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유통 재고 건전화 및 HBM3E 사업 본궤도 진입으로 인해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석환·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5년 하반기 IT 수요 개선과 주요 고객사로 HBM3E의 점진적 공급 확대에 따라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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