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건강정보 모니터링 수준 넘어
증상 개선과 치료에 실질적 기여 가능
세계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로봇이 세상을 바라보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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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의료용 AI가 본격 상용화 궤도에 오를지 주목되고 있다. 건강 정보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걸 넘어 고도화한 AI가 직접 진료와 치료 영역까지 진입하면서 AI가 의료 현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는 디지털 헬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첨단 AI 기술과 제품이 전시됐다. 미국 싱크론은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를 활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애플 비전프로를 연결한 뇌 임플란트를 발표했다. 뇌 혈관에 칩을 심어 놓으면 생각만으로 스마트 홈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루게릭병처럼 마비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지브레인은 뇌 피질에 칩을 심어 뇌파를 읽고 주변 기기를 제어하며 파킨슨병과 뇌전증 치료를 돕는 기술 '핀스팀'을 선보여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컴퓨터와 신경과학이 만난 이런 '뉴로테크' 기술은 이번 행사 첫날 콘퍼런스 트랙의 주제(뉴로테크 프런티어-뇌 기계 연결의 미래 탐구)로 낙점됐다.
미국 싱크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작동하는 모습을 나타낸 이미지. 싱크론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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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디지털 헬스 기술은 대부분 신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디지털로 저장해 전송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지속성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사용자를 크게 늘려 수익성을 끌어올릴 만한 결정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야심 차게 뛰어든 카카오와 KT 등이 당초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난해 말 헬스케어 법인을 청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CES 2025를 통해 디지털 헬스 분야가 첨단 AI 기술을 만나 전환점을 맞았음이 확인됐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신체 정보를 용이하게 모니터링해 질병 진단에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실제 증상 개선이나 치료 영역에까지 도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체 의료 사이클을 아우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기술의 시장성이 입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양대 게임연구실이 개발한 이명 증상 개선용 디지털 치료기기를 한 관계자가 시연해 보이고 있다. 한양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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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번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한양대 게임연구실의 디지털 치료기기(소프트웨어)는 다중 감각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생성형 AI가 만든 입체 음향을 환자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해 이명(귀울림) 증상을 개선하는 원리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약품처럼 보건당국의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거쳐 의사를 통해 처방된다. 진단용 보조 기술이 아니라 의학적 효과가 입증된 정식 치료법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이미 4개 기업(에임메드, 웰트, 뉴냅스, 쉐어앤서비스) 제품이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됐고, 임상시험도 수십여 개 기업이 진행 중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끌고 온 비대면 진료 수요가 고도화한 첨단 기술을 만난 결과"라며 "질병 치료 영역까지 디지털 헬스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경험한 의료 정보 디지털화가 디지털 헬스 시장 확대의 기반이 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전홍진 서울삼성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은 "빅데이터 AI와 디지털 치료의 결합 시기가 도래했다"며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환자에게 치료 효과 체감은 물론, 편안하고 편리하다는 경험까지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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