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진출 81곳 설문… “미정” 32%
“기술력으로 美제조업 동반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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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곳 중 6곳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를 늘리거나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탄핵 등으로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맞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미국은 그에 화답해 우리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상호 윈윈’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KOTRA와 지난해 12월 16∼20일 미국 본토에 진출한 한국 기업 81곳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트럼프 2기에서 ‘자사의 현지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이미 검토 중’이란 기업인이 전체의 28.4%로 조사됐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32.1%였다. 유지하거나 더 늘리겠다는 응답이 60.5%인 것이다.
또 아직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지 않아서 ‘미정’이라는 답변도 32.1%에 달한다. 향후 투자 확대에 동참할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확대를 검토 안 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7.4%에 불과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강력해질 ‘MAGA’ 기조에 적극 올라타겠다는 전략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통해 더욱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그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저가 제품을 미국에 수출만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들이 활발한 대미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2기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복수 응답)을 묻자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58.0%)와 ‘현지 생산 증대 및 일자리 확대’(54.3%)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실제 선제적으로 미국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은 속속 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생산용 제철소 건립을 위해 미국 여러 주와 투자 논의를 하고 있다. 수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역시 이미 7000억 원을 들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자회사 슈완스 신공장 건립을 확정 발표했다.
韓 부품사들 “美제조업 붐 본격화되면 우리에게도 이득”
[‘MAGA’ 파트너로 기업들이 뛴다]
“美투자 확대-유지”
“관세-정책 급변은 부정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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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만 공장 20개를 보유한 CJ제일제당은 ‘트럼프 리스크’에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MAGA’ 극복에 나섰다. 마크 골드먼 CJ슈완스 미주 홍보 총괄은 지난해 12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투자 과정에서 여러 주(州)가 경쟁을 벌인 끝에 사우스다코타주가 임대료 약 2500만 달러 상당의 공장 부지를 무료로 임대해 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혜택은 미국 지역사회에 공헌한 대가로 제공받은 것이다. 골드먼 총괄은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1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사우스다코타주 공장에선 추가로 7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에서 기회를 엿보는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제조업 부활을 외치지만 오랫동안 제조업에 손을 놓았던 미국이 갑자기 이를 달성해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제조업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닌 한국이 파트너가 된다면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도 챙기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남양넥스모의 오혁주 북미사무소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로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부품사를 자회사로 소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 부흥이 본격화되면 한국 부품사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할 기회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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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심화되는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누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기업에 끼칠 긍정적 효과’(복수 응답)로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72.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산업군은 이차전지(34.6%), 반도체(33.3%), 자동차 및 모빌리티(32.1%)가 꼽혔다.
2023년 미국에 진출한 의료 플랫폼 업체 헤리바이오의 유진용 대표는 “미국은 치과기공사 인력이 부족해 치기공 전체 물량의 30∼40%를 중국 등 해외에서 아웃소싱했는데, 중국과 통관 이슈가 발생했다”며 “올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 한국 기업들이 겪을 부정적인 요소’(복수 응답)로는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악영향’(70.4%)과 ‘정책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58.0%) 등이 꼽혔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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