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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메타, 팩트체크·혐오표현 규제 폐지…“여성은 가정용품” 댓글도 안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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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인스타그램 운영사

저커버그 저자세에 비판

트럼프는 “인상적” 환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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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가 7일(현지시간) 자사 플랫폼의 ‘팩트체크’ 기능과 혐오 표현 규제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트럼프 당선인의 호감을 사기 위해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당선인 비위를 맞추려 허위 정보 관련 규제까지 푸는 건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커버그는 이날 5분 분량의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질렀고, 검열이 지나친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뿌리로 돌아갈 시점”이라며 페이스북 등 자사 플랫폼에서 팩트체크 기능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대선 승리를 거뒀던 2016년부터 여러 팩트체크 기관과 계약을 맺고 허위 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가려내 사실관계를 판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당시 미 언론과 정치권에선 러시아 등 외세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리한 내용의 허위 정보를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하는 방식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따른 결정이라며 “지난해 대선은 표현의 자유를 우선하도록 하는 문화적 전환점”이라고 했다. 메타의 기존 정책을 ‘지나친 검열’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 당선인 복귀에 발맞춰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을 노리고 더 많은 검열을 추진하는 전 세계 정부에 맞서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메타 내에서 허위 정보 규제를 담당해온 콘텐츠 관리팀 사무실까지 옮기겠다고 했다. 본래 진보 성향이 우세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던 사무실을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혐오 표현 규제도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메타는 저커버그 성명이 나온 후 별도 공지를 통해 성소수자나 이민과 관련한 혐오 발언을 제한하는 규정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본래 “트랜스젠더는 정신병” “여성은 가정용품”이라는 댓글을 달면 바로 차단됐지만, 앞으로는 이런 표현들이 모두 허용된다는 의미라고 미 언론들은 짚었다.

외신들은 저커버그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워지기 위해 공을 들이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이기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까지 찾아갔으며, 오는 20일 열리는 취임식에도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메타가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에 맞게 정책을 얼마든지 바꾸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면서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력한 대기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메타의 결정이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저커버그의 결정은 트럼프 당선인에 아부하기 위한 노골적인 시도”라며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 각종 괴롭힘과 공격을 받고 있는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메타의 결정을 환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조치가 “매우 인상적”이라며 “그들은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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