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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우리는 왜 AI와 대화하고 싶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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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0대 조카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Character.ai라는 서비스였다. 웹에서는 2위, 앱에서는 10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조카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실제 친구랑 얘기하는 것보다 더 편할 때도 있어요."라는 말에 잠시 놀랐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AI 서비스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Andreessen Horowitz(a16z)의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AI 서비스들을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우리가 어떤 AI 서비스를 선호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AI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플래텀

ⓒa1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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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챗봇의 압도적인 강세다. ChatGPT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Character.ai와 같은 캐릭터 기반 챗봇들의 약진이다. Janitor AI, CrushOn, Spicychat, Candy.ai 등 다수의 캐릭터 챗봇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서비스는 성인용 대화까지 지원한다.

인간은 왜 기계와 대화하려 할까? 그것도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ChatGPT가 만들어낸 '채팅'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이제 표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간 활성 사용자 2억 명을 돌파한 ChatGPT는 AI와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더 이상 우리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조합해 넣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AI는 우리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영역은 크리에이티브 작업 도구들이다. 이 시장은 크게 편집과 제작으로 나뉜다. 편집 도구들은 배경 제거, 얼굴 보정, 비디오와 음성 편집 등을 지원한다. 한국의 Epik(앱 14위)과 Snow(앱 30위)가 이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제작 도구들은 더욱 혁신적이다. 음악을 만드는 SUNO(웹 5위), 3D/AR을 생성하는 Luma(웹 14위), 이미지 아트를 만드는 Leonardo AI(웹 17위)와 Midjourny(웹 18위) 등이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우리는 AI가 예술 분야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AI는 예술 창작의 도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디자인 툴을 다루지 못해도, 이제는 누구나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상위권에 오른 서비스들의 대부분은 하나의 핵심 기능에 집중한다. 글쓰기 도구라 해도 Quillbot은 퇴고와 문법 교정에, AI Novelist는 창작 소설 작성에 초점을 맞춘다. 음성 편집 도구인 Udio는 음악 생성을, Vocal Remover는 노래에서 보컬을 제거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100가지 평범한 기능보다 한 가지 탁월한 기능이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우리는 AI에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데이터는 세 가지 답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는 AI와 '대화'하기를 원한다. 둘째,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하기를 원한다. 셋째, 우리는 AI가 특정 작업을 '완벽하게' 해내기를 원한다.

이러한 흐름은 AI 서비스의 진화 방향을 암시한다. AI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가 AI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우리 각자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더 쉽고, 더 친근하고, 더 개인적인 AI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ByteDance는 이미 이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틱톡으로 유명한 이 기업은 수학 문제 풀이 앱 Gauth, 노코드 AI 봇 빌더 COZE, 제너럴 어시스턴트 Doubao, 사진 및 비디오 편집 앱 Hypic, 캐릭터 챗봇 앱 Cici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특히 Doubao는 자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I 서비스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헬스케어, 물류, 금융, 고객 서비스 등 AI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단순히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공하는 서비스는 사용자와 깊이 있게 상호작용하며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내 조카가 AI 캐릭터와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이미 AI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어떤 AI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이다. 그 답은 결국 우리가 AI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AI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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