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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윤 대통령 측 “‘국회의원 체포 지시’ 진술, 야당에 의해 오염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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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운데)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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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정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군과 경찰 지휘부 진술이 쏟아지는데도 ‘야당에 의해 오염된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는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한 돌파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에는 병력 약 280명밖에 가지 않았고, 이들의 업무는 국회 장악이 아니라 질서유지였으며, 이들이 국회에 머문 시간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그 안에서 군인들이 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군 지휘부 진술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인터뷰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하는 과정에서 진술들이 바뀌고 점점 더 세진다. 신빙성이 의심되는 게 너무 많다”며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대해선 “일방적 나열, 진술뿐인 황당한 공소장”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경찰 등 수사결과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는 다르다. 김 전 장관 등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라고 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자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이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며 주요 인사 체포도 지시했다. 검찰은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조계는 질서유지를 위해 국회에 소수의 병력만 투입했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국회와 그 주변에 투입한 군·경만 2500명이 넘었고, 계엄에 동원된 실탄이 최소 5만7000여발이라며 “대통령이 무장한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파악한 국회 투입 계엄군만 특전사 466명, 수방사 212명 등 678명이다. 부사관 이상만 투입했다는 주장과 달리 일반 병사가 100명 이상 계엄에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이 국회에 머문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은 윤 대통령이 의도했던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저지에 실패한 결과다. 계엄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측이 마치 이 같은 결과를 의도한 것처럼 본말을 뒤바꾸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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