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제동향 1월호’…“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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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때보다 지표 안정에도 가계·기업 심리 큰 폭 위축
2년 만에 ‘하방 위험 확대’ 언급…실제 소비 줄고, 생산도 둔화
글로벌 IB, 성장률 전망치 잇단 하향, 작년 말 기준 평균 ‘1.7%’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에 소비·투자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KDI는 8일 발표한 ‘경제동향 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한 건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수출 부진에 금리 인상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KDI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탄핵정국이 과거와 비교할 때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고 짚었다.
KDI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제기됐던 2016년 10월 당시와 비교해 안정된 모습이다. 과거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의 심리는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2016년 당시에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포인트 떨어졌다.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KDI는 설명했다.
시장 분석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 상황은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소비자신뢰지수 등과 같은 심리 지표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후 경제 활동이 위축될 위험이 증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통계청의 실시간 소비지표 나우캐스트 조사 결과, 계엄·탄핵 여파로 지난해 12월 둘째 주(7~13일) 신용카드 이용액이 전년 대비 3.1% 감소하는 등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내수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월 소매 판매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줄어 1.9%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도 숙박·음식점업(0.1%),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0.3%) 등을 중심으로 위축됐다.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한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28일 제시한 전망치(1.9%)는 물론 정부의 지난 2일 전망치(1.8%)에도 못 미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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