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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업황 부진·중국 공세에… 삼성전자 메모리 수익성 악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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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영업익 2024년 4분기 6.5조

中 저가 공세에 전망치 하회

영업익 직전 분기보다 29.2%나 감소

7조대 낮춰잡은 전망치에도 못 미쳐

연구개발 투자·비메모리 적자도 영향

‘버팀목 역할’ 모바일 신작효과도 없어

젠슨 황, 여전히 삼성전자에 신뢰 보내

HBM 2025년 실적개선 돌파구될지 주목

LG전자, 2024년 매출 87조 ‘역대 최고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6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핵심인 메모리 사업의 매출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음에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등에 수익성은 악화한 탓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여전히 ‘큰손’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이 테스트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면서 HBM이 올해 삼성전자 실적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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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30.5% 증가한 수치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9.2%가 빠졌다. 증권가에서 당초 10조원 안팎으로 예상했던 전망치를 최근 7조원대로 낮춰 잡았는데, 실상은 그보다도 낮았다.

4분기 매출은 75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65% 높고 전 분기보다는 5.18% 줄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5.89% 늘어난 300조800억원, 영업이익은 398.17%가 증가한 32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부진에 대해 “정보기술(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 침체가 깊어지면서 주력인 레거시(범용) 메모리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중국발 범용 메모리 공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8%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메모리 기술력이 높아지고 메모리 과잉 공급으로 가격은 낮아지면서 삼성전자도 단가 경쟁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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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투자와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수요 약세에도 고용량 메모리 제품 판매를 확대해 4분기 메모리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이 하락하고 연구개발비가 증가하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반도체가 부진할 때마다 버팀목이 됐던 모바일 부문에서 ‘신작 효과’가 사라진 탓도 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지난 3분기 갤럭시 Z 폴드6·플립6와 웨어러블 신제품인 갤럭시 워치·링 등을 출시한 효과로 2분기보다 6000억원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신제품 출시가 없어 실적을 뒷받침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이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은 3조원, MX·네트워크사업부 2조원, 디스플레이 1조원, TV·가전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선은 HBM에 쏠린다. AI칩 수요 증가와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투자 확대 의지가 신년에도 이어지면서 HBM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 분기 대비 HBM 매출 증가 폭이 70%를 웃돌았다”며 향후에도 판매가 확대될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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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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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도 삼성전자에 믿음을 보냈다. 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 “삼성은 HBM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삼성이 매우 빠르게 작업하는 중”이라며 “저는 삼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처음 사용한 HBM도 삼성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테스트가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삼성이 하루빨리 HBM 공급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저조한 실적에도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43%(1900원) 오르며 5만7300원에 장을 마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주가 반등세는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메모리 다운사이클 진입 시 실적 쇼크를 공시했음에도 시장이 저점매수에 나섰던 경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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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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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G전자는 지난해 수요 부진 지속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고 이날 밝혔다.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87조7442억원으로 2022년(82조5215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연간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4년간 LG전자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0% 이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가전 구독이나 소비자직접판매(D2C) 같은 사업 방식의 변화가 주력사업의 한계를 돌파하는 원동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성장 또한 지속되며 전사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6.1% 감소한 3조430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LG전자는 “하반기 들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이동수·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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