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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마가' 모자 쓰고 트럼프 아들 맞은 그린란드 사람들…민심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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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내 덴마크에 대한 반감 있어…트럼프의 '미국 편입' 주장에 일부 동요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에서 현지 주민과 사진을 촬영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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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가 미래에 미국에 속했으면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나?"

"아직 대답하기 이르지만 미국이 우리를 동등하게 대한다면 그렇다!"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주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린란드 현지 매체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차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날 관광객 신분으로 그린란드를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주민들을 호텔로 불러 식사하는 등 현지 민심과 접촉을 넓혔다.

그린란드 현지매체 세르미치악 보도에 따르면 이날 그린란드 일부 주민들은 트럼프 주니어를 환영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공항에 나왔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 말로 라이머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직 지지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은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남거나 미국의 새로운 주로 편입되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우리를 동등하게 대한다면 (미국 편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덴마크와 덴마크 정부가 우리와 나알라커수이수트(그린란드 정부)를 어떻게 대했냐. 평등이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항에 나온 주민 이누테크 아론센도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됐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인구는 6만 명쯤이다. 1979년 자치권 획득 전까지 덴마크 식민지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2009년 덴마크와 맺은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는 국민투표 실시 후 독립을 선언할 수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덴마크에 의존하는 신세라 완전 독립을 시도한 적은 아직 없다.

그린란드 주민 상당수는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차별 때문에 덴마크에 대한 큰 반감을 갖고 있다. 현지 주민 아칼루 예리마센은 세르미차크 인터뷰에서 "(덴마크와) 동일한 임금, 더 나은 (근로) 조건과 관련해 수년간 싸웠다"면서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은 더 많은 평등과 발전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가디언이 보도한 '양육 테스트' 기사로 덴마크를 향한 그린란드의 반감은 더욱 커졌다. 자녀를 양육할 능력과 환경을 갖췄는지를 검사할 목적으로 덴마크 당국이 실시하는 검사가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짜여졌고, 이 검사 때문에 한 그린란드 여성이 자녀 세 명과 강제 격리됐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보도 후 코펜하겐과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고, 덴마크 당국은 검사 중단을 약속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린란드 무테 에게데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덴마크 식민주의의 족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에게데 총리는 8일 덴마크 국왕 프레데릭 10세를 알현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 일정이 알려지자 알현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에 불과 4~5시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시간 동안 트럼프 주니어는 머물던 호텔 주변에 있던 주민들 30명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주니어 측은 주민들에게 마가에서 따온 문구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나눠줬다. 트럼프 당선인은 영상통화로 식사자리에 참석,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트럼프 부자와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주민들은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에서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면서 "그린란드와 자유세계에는 안보와 힘, 평화가 필요하다"며 "반드시 이뤄져야 할 합의"라는 글을 남겼다. 글 중 합의가 어떤 합의를 가리키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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