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악플…유족 두번 울린다
진영논리에 입각해 가짜뉴스·악플 생산돼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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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무안공항 유가족들만 횡재네요.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일 듯”
참사 때마다 유족들을 향한 선을 넘는 악플이 반복되고 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도 악플은 역시 되풀이됐다. 특히 참사 때마다 진영 논리에 입각한 악플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이 2차 가해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경찰의 빠른 대처와 처벌 수위를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도 유가족을 향한 도를 넘는 악플이 달렸다. 이번 참사에서 유가족 대표를 맡은 박한신 씨를 향해 ‘유가족을 사칭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확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박씨가 지난달 30일 “딱 한 곳만 (현장을) 찾아오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을 저격하고부터다.
박씨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자 박씨의 자녀는 SNS에 “가짜 유가족은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의 남동생, 저의 작은아버지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댓글에서 동생을 잃은 아버지에게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 너무 가슴이 아프고, 걱정된다. 제발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참사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영상으로 남긴 인근 상인 이모씨에 대한 악플도 달렸다. 어떻게 사고 순간을 찍을 수 있었냐는 이유로 이씨에 대해 악플을 달았다. 이번 참사가 예정된 테러 또는 계엄과 탄핵 정국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의 연장선이다. 이씨는 본지에 “평소와는 다르게 비행기가 우리 가게 쪽으로 고도도 낮게 날고 있어 이상하다 싶어 영상을 찍은 것”이라며 도 넘은 악플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어머니를 잃은 20대 의대생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텐트 안에서 의사 국시를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게시물에는 의정갈등 속 휴학에 동참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비꼬듯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라며 비하·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만든 가짜 참사’ ‘천안함은 좌초 아니냐’…참사 피해자 두 번 울리는 2차 가해
참사가 거듭될수록 진영 논리에 입각한 악플이 달리는 현상이 뚜렷하다. 무안공항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는 점 등을 들어 ‘민주당에서 만든 가짜 참사’라는 등의 허위 주장을 댓글로 다는 것이다.
이런 진영논리는 참사 때마다 되풀이 돼 왔다. 천안함 사태를 두고 음모론을 펼치며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악플을 단 사례도 있다. 북한군의 어뢰공격으로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좌초설을 주장하며 가짜뉴스와 함께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세월호를 둘러싸고는 진상규명이나 국가의 책임있는 행동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가족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반발과 비판이 장기화되면서 희생자나 유가족 등에 대한 악플이 달렸다면, 최근 참사에 달리는 악플은 정치적 양극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치양극화와 진영논리가 극단적인 형태가 되다보니 그 연장선상으로 참사를 두고 무분별한 악플과 가짜뉴스가 생성되는 상황”이라며 “왜곡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든 진영논리든 참사로 큰 슬픔을 갖고 있는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건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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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두고는 ‘나라지켰냐’, ‘놀다 죽었다’와 같은 2차 가해성 댓글이, 세월호를 두고는 ‘지겹다’와 같은 댓글이 대표적이다. 이런 2차 가해를 견디다 못해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았던 고등학생 이모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 159명째 희생자가 됐다. ‘노는데 환장해 질서도 안 지킨 무분별한 애들’이라고 비난하거나 ‘마약을 했다’는 댓글들에 이씨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히며 왜 이태원에 갔고 어떻게 인파에 휩쓸렸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고립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이씨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59번째 희생자는 악플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유족들을 향한 2차 가해가 얼마나 많은 아픔을 주는지 쉽게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른다”며 “온라인에서 악플을 단 사람들 대부분 특정인을 겨냥한 댓글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이 안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악플을 달아 형사재판으로 넘겨졌어도 1·2심 무죄 또는 벌금형에 그쳤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두고 이어지는 악플을 두고 경찰의 수사는 빨라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온라인상에서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게시물 등 144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 참사에 비해서 악플에 대한 공권력 투입 시기와 수사 속도 모두 빨라진 것이다.
경찰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악성 온라인 게시글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경찰청에 전담 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 각 수사팀에서는 참사 희생자와 관련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성 게시글, 영상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입건 전 조사·수사에 착수한다. 유관기관과 협력해 게시물도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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