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국회 증언감정법, 농업4법 등 8개 법안 재의의 건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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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됐던 국회증언감정법(국회증언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계는 긴장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증언법, 쌍특검법(내란·김건희특검법) 등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8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모두 재의결 정족수(재석의원 3분의2 이상)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300표 중 가결 183표, 부결 115표, 무효 2표가 나왔다.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인 점을 고려하면 야당에서도 일부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증인 동행명령 범위를 ‘국정감사·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 심사 및 청문회’까지 확대하고,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개인정보보호 또는 영업비밀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해외 출장이나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기업의 중요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줄곧 나왔다. 김상수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회가 개인정보를 특별한 요건이나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규율할 경우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행명령 범위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우석 법무부 차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며 “동행명령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안인데, (확대) 대상이 되는 ‘중요 안건 심사’ 자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이날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문제는 민주당이 언제든 관련 법을 재발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쌀 의무 매입 근거를 담은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재발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단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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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도 슬그머니 부상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 재입법은) 당연히 이행돼야 하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정권의 노동개악을 바로잡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주도로 22대 국회 본회의에서 한 차례 통과됐지만,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외에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언제든 추진될 수 있다. 재계에선 주주 소송이 확대되고, 헤지펀드의 기업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익명을 원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 등 산업에 필요한 경제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데, 정작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은 계속 추진되다 보니 경영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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