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운데).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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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편입 발언을 유럽의 두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가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독립의 길에는 협력이 필요하다"며 미묘한 여지를 남겨뒀다.
8일(현지시간) 독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국경의 불가침 원칙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국경은 힘으로 확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역시 이날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주류 언론인 슈피겔도 '그린란드 편입 과정에서 군사 개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전례가 없으며, 서방의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당사국인 덴마크 역시 거듭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날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그린란드가 자체적인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 생각이 실현되면 그린란드는 독립하겠지만, 미국 연방의 주(州)가 되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방문을 환영하며 마가 모자를 쓴 그린란드 주민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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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소유이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의 독립을 향한 길에서 우리는 가까운 이웃과 건설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며 "미국과 경제 협력, 중요 광물자원 등의 개발에 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했다.
성명은 또 "그린란드는 북극의 안보 상황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그린란드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위해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인정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그린란드에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덴마크 언론은 그린란드의 태도와 관련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린란드 독립파'인 에게데 총리는 이날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예정된 국왕 프레데리크 10세와 알현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가, 일정을 원상 회복하는 등 이상 행보를 보였다. 덴마크 역사학자인 세바스찬 올덴-요르겐센은 코펜하겐포스트에 "에게데의 상징적 시위"리며 "덴마크에 고개 숙일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 에게데는 그린란드 독립파로 분류된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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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포스트는 오는 4월 6일로 예정된 그린란드 의회 선거와 관련해 "그린란드의 독립 문제가 선거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그린란드 현지인들의 혼란상을 전했다. 주민 크리스티안 울로리악 예페센은 트럼프의 발언 이후 "모든 것이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며 "그린란드는 누가 살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아비아아자 샌드그렌 역시 "무료 교육과 보조금, 의료보험 등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그린란드인들이 독립을 갈망하고 덴마크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다"면서도 "전문가들은 그린란드가 이제까지 독립을 하지 않은 건 의료와 교육 등 전문서비스와 연간 5억 달러의 보조금을 덴마크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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